정부가 던진 파격적인 제안
정부가 하반기 복제약(제네릭 의약품) 가격을 현재보다 약 13%포인트 가량 낮춰 40%대 수준으로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2012년 약가 제도 개편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가격 조정에 해당하는데요, 고가 의약품에 대한 국민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화하겠다는 게 주요 목적입니다. 국내 복제약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어 온 배경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이 나온 배경에는 단순히 가격 문제만 있는 건 아닙니다. 특허가 만료된 원신약보다 훨씬 저렴해야 할 복제약의 가격이 여전히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도 정부가 문제로 삼는 부분이죠. 정부는 이번 인하를 통해 의약품 전체의 가격 수준을 끌어내리고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제약사의 반발과 생존 전략
당연히 제약업계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영업이익률을 고려했을 때 약 10% 내외의 인하만이 현실적인 한계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정부의 40%대 초반이라는 방안과는 상당한 간격이 있는 셈이죠. 업계 관계자들은 약가 인하가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을 축소시키고, 궁극적으로 국내 제약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실제로 급여 의약품에 주력하는 일부 제약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제약사들은 단순 반대를 넘어 적극적인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습니다. 복제약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대응책입니다. 종근당은 의약품 시험·검사 수탁업을 정관에 추가했고, 안국약품은 헬스케어와 에스테틱(성형관련제제) 분야로의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삼진제약 역시 ‘성장 축 다각화’를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복제약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입니다.
협상 테이블과 향후 쟁점
현재 상황은 정부의 일방적 추진과 업계의 반발 사이에서 교착 상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최근 제약업계가 협상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리며 국회 공론화를 요구하는 등 국면이 바뀌고 있는 모습입니다. 업계는 현행 복제약 가격(원가 대비 53.55%)에서 약 5%포인트 정도 낮춘 48.20% 수준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이는 협상 가능 범위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업계는 단순한 가격 인하 반대보다는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논의’를 제안하며, 정책이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공동 연구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정책의 충격을 완화하고 합리적인 타결점을 찾기 위해서는 유통 구조 개선 방안이나 R&D 지원 정책 등이 패키지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치권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 추진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논의의 장이 행정부에서 입법부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약가 인하는 국민의 건강권과 산업 생태계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향후 몇 달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