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찾아온 복합재난의 현장
경남 양산이 42.5도를 기록하며 근대 기상관측 시작 이후 최고 기온을 새로 썼습니다. 수도권과 충청권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충남 아산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되는 등, 폭염과 폭우가 동일한 시기에 교차하는 이상 기후가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국종성 서울대 교수는 무강수 기간의 연장과 짧고 강한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양상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이제는 가뭄과 홍수를 별개의 재난이 아닌 하나의 연속된 시스템으로 봐야 하는 시점입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강수량의 평균치가 아닌 변동의 속도와 폭 자체에 대응하는 새로운 수자원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폭염이 가장 무서운 건 취약계층에게
온열질환으로 숨진 사람 열 명 중 여섯 명이 80세 이상 고령층입니다. 특히 이들은 집 안에서 위험에 노출되는 비중이 전체 연령 평균보다 약 3배나 높아 실내 환경 관리가 절실합니다. 당연히 고령자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초기 증상을 인지하기 어려워 질환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전남 해남에서는 고추밭 작업을 하던 30대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쪽방촌 여성들은 안전한 냉방 시설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온열질환 산업재해의 70%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계급과 연령, 젠더가 얽히면서 재난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됩니다.
과학도 중요하지만 차별을 줄이는 것이 먼저
정부는 ICT 융합 방문건강관리사업과 '오늘건강' 앱을 통해 고령층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냉방 환경을 살피는 등 선제적 조치를 펼치고 있습니다. 방문건강간호사 17만 건이 넘는 가정 방문 중 상당수를 폭염 대응에 투입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 예보를 넘어 중장기 기후 전망을 바탕으로 한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예상욱 이화여대 교수는 가뭄으로 달궈진 지면열이 폭염을 강화하는 복합재해의 메커니즘을 지적하며,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이에 최적화된 위험경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기후위기의 피해는 탄소 배출이 적은 취약 계층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과학적 해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회적 차별을 줄이고 구조적 취약성을 낮추는 것이 곧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