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이 전쟁 종식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로 그날, 군부 조직인 혁명수비대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날렸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4월 2일 새벽 1시 30분부터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 18곳을 공격하겠다는 경고였습니다. 이란 내부에서 표면화된 ‘온건파’ 행정부와 ‘강경파’ 군부의 이견은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더욱 주목할 점은 이번 위협이 단순한 사이버 공격을 넘어,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의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를 드론으로 공격한 전례처럼 물리적 인프라 타격을 포함한다는 것입니다. 국가 간 군사 충돌의 전장이 이제 클라우드 서버와 통신망으로 확장되고 있는 겁니다.
공격 경고의 이중주
이란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상임의장과의 통화에서 ‘침략 재발 방지’ 조건 하에 전쟁을 끝낼 의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지에서는 ‘종전’이라는 단어가 공식 자리에서 거론된 첫 사례로 기록되며 일각에서는 긴장 완화의 신호로 읽혔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혁명수비대는 이란 국영 방송과 텔레그램을 통해 선제적인 공격 예고를 발표했습니다. 공격 대상은 애플, 구글, MS, 메타, 테슬라, 엔비디아부터 JP모건, 보잉에 이르기까지 미국 경제와 기술 생태계의 중추를 이루는 기업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이란 지도부나 시민에 대한 암살·테러가 한 건 발생할 때마다 미국 기업 한 곳을 파괴하겠다”**는 구체적인 원칙까지 내세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위협을 “비비탄으로 공격하겠다는 거냐”며 비아냥거렸지만, 현장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새 전장이 되다
이란이 왜 하필 빅테크 기업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을까요? 혁명수비대의 성명은 그 이유를 명시합니다.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기반 표적 식별, 위성 통신 네트워크 등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지원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현대전의 ‘무기’가 미사일과 전투기만이 아닌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되었고, 이들을 공급하는 민간 기업을 전쟁의 협력자로 보는 시각이 등장한 거죠. 실제로 지난 3월, 이란은 UAE와 바레인의 AWS 데이터센터, 이스라엘 하이파의 지멘스 산업 소프트웨어 센터와 AT&T 통신 거점을 드론으로 공격한 바 있습니다. 이는 군사 시설이 아닌 민간 기술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는 ‘비대칭 전력’ 활용의 선례를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이번 위협은 그러한 전략의 공식화이자 확장으로 해석됩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부상한 디지털 인프라
이번 사태는 중동 지역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냉철한 경고장이 되고 있습니다. 공격 명단에는 UAE의 첨단 AI 기업 G42도 포함되었는데, 이 기업에는 MS 등 미국 자본이 크게 투자되어 있습니다. 이는 이란이 미국과 동맹을 맺은 지역의 기술 생태계까지 표적 범위에 넣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미 몇몇 빅테크 기업들은 현지 직원들에게 원격 근무를 지시하거나 출장을 제한하는 비상 대응 계획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이버 공격과 물리적 타격이 동시에 이루어질 경우, 금융·통신·클라우드 서비스 전반에 걸쳐 파장이 클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트럼프 정부가 중동 국가들과의 AI 협력을 강화하며 유치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들 앞에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거대한 장벽이 놓인 셈입니다. 이란 대통령의 종전 발언과 군부의 공격 예고 사이에서, 기술 기업들의 중동 전략은 다시 한번 재검토의 시점을 맞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