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가 꽁꽁 얼어붙었다
2026년 2월 8일 새벽, 제주를 강타한 눈보라와 강풍으로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운영이 완전히 중단됐습니다. 공항 당국은 안전을 이유로 오전 5시 40분부터 약 5시간 동안 모든 이착륙을 금지했는데요. 이 조치로 인해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 160여 편이 결항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터미널에는 순식간에 발이 묶인 1만 명이 넘는 승객들이 가득 찼고, 다음 비행기 표를 찾기 위해 예매 창구 앞에 길게 줄을 섰습니다. 활주로 재개는 오전 11시 마카오발 항공기의 착륙으로 이뤄졌지만, 하루 종일 이어진 강풍과 눈폭풍으로 오후 운항까지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사실 이번 기상 악화는 하루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기상청은 전날부터 제주와 호남 지역에 대설주의보와 강풍주의보를 내렸죠. 예보대로 제주 산간 지역은 15cm가 넘는 폭설이 내렸고, 순간 최대 풍속 20m/s가 넘는 돌풍이 불었습니다. 급변풍과 시정 악화는 항공기 운항에 치명적인 조건이었고, 결국 공항 측은 불가피하게 셧다운을 결정하게 된 겁니다.
하늘길 다음으로 바닷길도 끊겼다
하늘길이 막히자 그 영향은 순식간에 바다와 땅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서남해안에 풍랑특보가 발효되면서 제주와 목포, 진도를 연결하는 모든 여객선 운항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전남 섬 지역을 오가는 30개 항로, 38척의 배가 운항을 멈추면서 해상 교통도 마비 상태에 빠졌죠. 육상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했습니다. 제주 조천읍 선흘리~고산리 구간을 비롯한 주요 산간 도로가 완전히 통제됐고, 전북 정읍과 순창에는 20cm에 달하는 폭설이 쏟아지며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전국적으로 30건이 넘는 눈길 교통사고와 낙상 사고가 신고되면서 겨울 폭풍이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고리를 보여줬습니다.
피해는 일상생활까지 침투했습니다. 강풍으로 인해 제주 조천읍 일대 5천여 가구가 정전을 경험했고, 전남 나주에서는 눈길에 미끄러진 택시가 배수로에 빠지는 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부산 해수욕장에서는 바닷물이 얼어붙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죠. 당연히 자영업자들도 직격타를 맞았습니다. 시장과 음식점에는 손님 발길이 뚝 끊겼고, 추위를 피해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들이 길게 늘어서는 모습이 이번 한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밤새 제설작전, 그러나 추위는 계속된다
당국은 밤새도록 제설과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제주공항은 제설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활주로를 정상화했고, 항공사들은 결항된 승객들을 위해 김포와 인천행 야간 편 10편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2천여 명의 승객이 당일 중 육지로 이동할 수 있게 됐는데요. 하지만 하루 만에 쌓인 1만 명이 넘는 대기 인원을 모두 수송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많은 승객들은 다음 날 비행기를 예약하거나 다른 이동 수단을 찾아야만 했죠.
기상청의 예보는 냉정했습니다. 강풍주의보는 9일 오전까지 지속될 것이며,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안팎으로 떨어질 거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눈은 오전이 고비를 지나 점차 그칠 전망이지만, 빙판길과 함께 해안가의 강풍은 늦은 저녁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공항 관계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항 재개 시점을 결정하고 있다”며, 이용객들에게는 사전에 운항 정보를 반드시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눈 폭풍이 아니라, 교통 인프라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는 겨울 기상 재해의 위력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