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최고치 찍은 미국 국채금리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2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10년물 금리는 5.2%를 넘어서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30년물도 5.5%를 돌파해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4% 안팎이던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겁니다.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겹쳐 있습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오르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고,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확대도 금리를 밀어 올렸습니다. 여기에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대규모 회사채를 쏟아내면서 자금 수요가 폭증한 점도 한몫했습니다.
연준은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시장에서는 추가 긴축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고, 8월 PCE 물가지수와 9월 고용보고서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월가의 엇갈린 베팅
금리 급등을 두고 월가 거물들의 시각은 극명하게 갈립니다. 블랙록의 릭 리더는 40년을 기다려온 채권 투자 적기라며 7%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핌코 역시 우량 채권이 과열된 주식보다 매력적이라며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반대로 레이 달리오는 미국 정부가 연간 1천조 원이 넘는 이자 비용을 감당하며 부채 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같은 5% 금리를 두고 누군가는 기회라 하고, 누군가는 거품의 시작이라 부르는 셈입니다.
로브 아노트는 AI 열풍으로 급등한 대형주에 거품이 끼었다며 중소형주가 앞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프랭클린템플턴의 소날 데사이는 초장기채보다 안정적인 이자 수익 확보에 집중하라고 조언합니다.
한국 시장으로 번진 불똥
고금리 충격은 한국 금융시장에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1%대로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10년물도 4.5%를 넘어섰습니다. 한국 10년물 금리의 1년 상승률은 54%로 미국의 2.3배에 달합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7%를 넘어섰고, 연내 8%대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기업 자금 조달 비용도 함께 뛰면서 하위 등급 회사채 금리는 10%를 넘어섰습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증시는 양극화 흐름을 보입니다. IT와 AI 섹터가 성장 기대감으로 지수를 지탱하는 반면, 금리에 민감한 중소형주와 유틸리티, 건설주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도 국채 발행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한국은행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5%대 금리가 뉴노멀이 될지, 일시적 급등에 그칠지가 향후 최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