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원유길 또 막혔다
지난 9월 10일,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횡단 송유관이 파손됐습니다. 이 송유관은 동부 유전 지대와 홍해 연안 얀부항을 잇는 1,200km 길이의 핵심 시설로,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는데요. 정상화까지는 수 주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우디는 이 송유관으로 원유를 홍해로 우회 수출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우회로마저 막히면서 중동산 원유 공급 불안이 커졌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전 세계 공급량의 4%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당장은 버티지만 연말이 문제
국내 정유업계의 단기 수급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78월 도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0%를 넘었고, 910월 물량도 90% 이상 확보한 상태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당장의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요.
문제는 시차입니다. 원유 계약부터 도입까지 23개월이 걸려서, 송유관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1112월 수급에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겨울철 수요 증가와 맞물리면 수급이 빠듯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정유사들은 공급선 다변화에 나섰습니다. 올해 1~7월 사우디산 도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0% 줄었고, 이라크산과 쿠웨이트산도 각각 41.9%, 42.6% 감소했습니다. 반면 미국산은 16.2% 늘며 빈자리를 일부 채웠습니다. 다만 정유공장마다 투입 가능한 원유 성상이 다르고 장기계약 조건이 얽혀 있어 중동산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등 원거리 원유를 들여오면 운송비와 보험료 부담도 함께 커지는 이중고가 됩니다.
설비 전환 지원, 논의는 멈춰
업계는 비중동산 원유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정제 설비 투자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국내 정유 시설은 중동산 중질유 정제에 최적화되어 있어, 미국 WTI 등 다른 유종을 도입하면 정제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설비 개조에는 막대한 자본이 들어 민간 기업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설비 개조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방안을 보고받았고, 정진욱 의원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2026년 세법개정안에서 관련 내용이 빠지면서 논의는 사실상 멈춘 상태입니다.
정부는 단기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국가 차원의 세제 혜택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사우디 송유관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연말 수급난과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어, 정책 지원 시점이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