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도 넘은 반도체 계약학과 열풍
2026학년도 정시 모집 결과가 입시판에 전례 없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취업이 보장되는 주요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의 평균 합격선이 96.2점을 기록하며 서울대학교 자연계열 일반학과 평균인 95.8점을 넘어섰는데요. 특히 SK하이닉스와 연계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98점까지 올라 지방권 의대 평균 합격선과 근접하는 파격적인 성적을 보였습니다.
기업별로는 SK하이닉스 계약학과 3곳의 평균이 96.7점으로, 삼성전자 계약학과 2곳의 95.5점보다 1.2점 높게 형성되었습니다. 단순히 취업이 보장된다는 메리트를 넘어, 산업의 미래 가치와 보상 규모가 입시 선호도에 직접적으로 반영된 것입니다. 수시 모집에서도 연세대는 개설 첫해와 비교해 합격 등급이 크게 상승하는 등 최상위권 학생들의 쏠림 현상이 뚜렷합니다.
취업 보장 넘어 슈퍼사이클의 힘
이러한 열풍은 반도체 산업의 사상 최대 호황과 맞물려 있습니다. AI 확산으로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사상 최대 수준의 성과급 소식이 전해지며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당연히 등록금 전액 지원과 졸업 후 확정적인 취업 기회라는 혜택은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반면 이러한 기회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지역 불균형 문제도 함께 드러나고 있습니다. 충청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생산시설과 KAIST, 대덕특구 등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채용보장형 계약학과는 KAIST가 사실상 유일합니다. 지역 대학들은 반도체 학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기업의 직접적인 채용 연계가 없어 우수한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의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새 기준
입시 업계에서는 2027학년도에 더 큰 변화가 예고되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의대 모집 정원이 확대되면서 의대 합격선이 일정 수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이 경우 반도체 계약학과의 합격 점수가 지방권 의대는 물론 서울권 의대까지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미 일부 학과에서는 의대와의 점수 차이가 근소한 수준에 도달했고, 서울대 공대와 계약학과에 동시 합격한 학생들이 후자를 선택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선택 기준이 전통적인 학벌 서열에서 산업 성장성과 실질적인 경제적 안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대기업 취업 보장이라는 특혜가 중소기업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청년 취업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지속될 동안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입시판의 새로운 판세가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