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 안동서 녹색당 14년 만에 첫 당선…10선·9선 기록도 나왔다

조한녹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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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달 전 수정 · 2026년 6월 5일 오후 1:02

발행: 2026년 6월 4일 오후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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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안동에서 녹색당이 창당 14년 만에 첫 공직 당선자를 배출했다. 허승규 당선인이 시의원에 오르며 양당 구도에 균열을 냈다. 같은 안동에서는 이재갑 의원이 전국 최초 10선 기초의원에, 손광영 의원이 9선에 올랐다. 정당 공천보다 지역 밀착 활동으로 쌓은 신뢰가 빛을 발한 결과로, 지방정치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녹색당, 14년 만에 공직 문턱 넘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이 창당 이후 처음으로 공직에 진출했습니다. 경북 안동시의원 마 선거구에 출마한 허승규 후보가 36.86%의 득표율로 1위에 오르면서, 2012년 창당 이래 14년 만의 쾌거를 이뤘습니다.

안동은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이 강한 지역으로 꼽히는데요. 이런 곳에서 녹색당 소속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10%p 이상 따돌리고 당선됐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결과는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지형에 작은 균열을 낸 사건으로 평가받는 데 충분합니다.

허 당선인의 승리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닙니다. 2018년과 2022년 선거에 이어 세 번째 도전이었고, 특히 4년 전에는 2위 당선자와 300여 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 사이 그는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로 지역을 누비며 8년간 발품을 팔았고, 유권자 3,000여 명과 직접 소통하며 신뢰를 쌓았습니다. 경북 지역 산불 재난 때는 피해 주민 대책위와 국무총리 산하 재건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지역의 아픔에 귀 기울였습니다.

당연히 청년 정치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녹색당의 정체성을 내세웠지만, 그보다 먼저 지역 현장에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는 당선 후에도 시의원 사무실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겠다고 약속하며 소통의 문을 닫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안동에서 쓰인 10선과 9선의 기록

같은 안동에서 남다른 기록을 세운 의원도 있습니다. 안동시 라선거구에 당선된 이재갑 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그는 이번 선거로 대한민국 최초의 10선 기초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중에서도 10선은 없었던 것으로, 지방의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입니다.

이 의원은 1991년 지방의회 부활과 함께 36세의 나이로 초대 안동군의원에 오른 뒤, 무려 35년간 지역을 지켜왔습니다. 10번의 당선 가운데 8번은 무소속으로 치렀으며, 특히 6회부터는 정당 공천 없이 오로지 지역 주민과의 신뢰만으로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는 200km가 넘는 선거구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돌며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직접 찾아가는 과정을 35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행보가 가능했던 건 철저한 현장 중심의 자세 때문입니다. 그는 중앙정치가 기초자치단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지역의 고령화 문제 해결과 청년 유입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또한 AI 시대가 왔다 해도 늘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을 잃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안동시 사선거구에서는 손광영 당선인이 9선에 올랐습니다. 손 당선인도 무소속으로, 지난해 제명 논란과 검찰 수사를 거쳐 무혐의로 명예를 회복한 뒤 주민들의 선택을 다시 받았습니다. 안동이라는 지역에서 10선과 9선 의원이 동시에 탄생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겁니다.

지역 민심이 만든 새로운 정치 지형

전국적으로도 기초의원 최다선 기록이 주목받는 흐름이었습니다. 전북 정읍에서는 김승범 의원이 9선 고지에 오르며 전북 지역 최다선 의원이 되었습니다. 72세의 나이지만 여전히 수첩에 민원을 적으며 주민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소속으로 9선, 10선이라는 장수 기록을 세우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닙니다. 기초의원 선거는 정당 로고보다 후보 개인의 이름과 얼굴, 행적이 더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인데요. 정당 경계를 넘어 수십 년간 지역 곳곳을 직접 누비며 쌓은 신뢰가 이번 결과의 공통된 배경으로 읽힙니다.

반대로 녹색당 허승규 당선인의 사례는 정당의 가치와 철학이 지역 밀착형 활동과 만났을 때 가능한 변화를 보여줍니다. 보수 텃밭이라는 공식을 깬 이번 결과는 녹색당이 앞으로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는 종종 거대 정당의 위성전쟁으로 평가되곤 했지만, 이번 안동의 결과는 다릅니다. 정당 공천의 힘을 넘어 주민들과 살아온 시간이 빛을 발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향후 제10대 지방의회에서 이들의 활약이 지역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