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무인기 전시회의 충격
북한이 지난달 29일 원산 갈마비행장 일대에서 첫 무인기 단독 전시회인 '무인항공기술발전-2026'을 열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참관한 가운데, 가오리형 스텔스 무인기와 '샛별-9형' 공격무인기, 광섬유 조종 FPV 자폭드론, 골판지 드론 등 30여 종이 공개됐는데요. 시연 영상에는 자폭드론이 한국군 최전방 감시초소(GP)와 K9 자주포, 미군 M1 에이브럼스 전차 모형을 들이받아 폭발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600㎜ 초대형 방사포 '저격수' 15발이 연속 발사됐고, 북한은 섬 표적을 100% 명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실제 성능을 입증할 객관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과시 뒤에 깔린 계산
김 위원장은 “힘이 곧 평화이고 평화는 힘으로만 담보된다”며 무인기와 국방 인공지능 분야의 절대적 우세를 강조했습니다. 이번 전시가 단순한 기술 자랑을 넘어 대남·대미 메시지와 내부 결속을 겨냥한 정치적 무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통해 드론 운용 경험을 쌓고 러시아의 기술 전수와 중국의 부품·소재 지원을 받으면서 실전 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가능성을 주목합니다. 반면 스텔스 기체에 필요한 엔진과 저피탐 기술, 자폭드론의 명중률은 여전히 검증 과제로 남습니다. 북한이 지난 10월 23일 한국의 군사회담 제안 이후 엿새 만에 무력 시위를 벌였다는 점도 긴장을 키우는 대목입니다.
남은 건 속도전
한국군은 글로벌호크와 중고도 정찰무인기(MUAV), 군단급 정찰드론 등을 운용하지만, 값싼 공격용 드론의 대량 전력화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국산 중형 자폭드론은 지난 8월 해상 시험에서 발사 직후 두 대가 추락했고, 소요 결정부터 구매까지 평균 8년이 걸리는 획득 절차도 발목을 잡습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저비용 드론 2만 대와 한국형 장거리 자폭무인기(K-LUCAS) 확보를 추진하고, 내년 드론·대드론 예산을 18.8% 늘린 8061억 원으로 편성했습니다. 문제는 예산 규모가 아니라 전장에 도달하는 속도입니다. 앞으로의 무인전 경쟁은 저가 드론을 얼마나 빠르게 찍어내고, 적 드론을 얼마나 잘 막아내느냐에서 판가름 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