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가 찍고 숨 고르는 금값
금값이 올 초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뒤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2026년 1월 온스당 5781달러까지 오르던 국제 금 시세는 최근 4000달러 중반에서 움직이며 조정 국면을 보이고 있는데요. 국내 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입니다. 9월 13일 기준 한국금거래소 순금 24K(3.75g) 살 때 가격은 82만 7000원 수준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16% 이상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고점 대비해서는 상당한 폭의 조정이 이뤄진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4000달러 선 붕괴 여부에 쏠리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값이 4000달러 아래로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장기적 관점에서는 저가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며 바닥을 다지는 모습도 엿보입니다.
금리와 유가가 쥐고 있는 방향키
금값을 누르는 가장 큰 힘은 역시 금리입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꼽으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에 근접했습니다. 금은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인 만큼 금리가 오르면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건 당연한 구조인데요. 여기에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까지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 압력은 한층 커졌습니다.
문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오히려 금값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급등했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금리 인상 기대를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삼성증권은 유가와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연말 금값이 4100달러에서 4750달러 사이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당장 호르무즈 해협 통항 건수가 줄어드는 등 유가 상황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중동 리스크가 금값에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앙은행 매수가 만들어 내는 지지대
그럼에도 금값이 급격한 폭락을 피하고 있는 건 구조적 수요가 버텨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순매입은 2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288.9톤을 기록했는데요. 특히 중국 인민은행은 8월까지 22개월 연속으로 금 매입을 이어가며 안전자산에 대한 확고한 수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감지됩니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의 1g당 가격은 최근 19만원 선에서 거래되며 전년보다 크게 오른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고,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앙은행 수요가 여전히 금값의 하방 경직성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결국 금값의 다음 방향은 중앙은행들의 매수세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느 정도로 저가 매수 심리를 자극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연말까지는 4000달러 중반대의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