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의 최고치, 당국이 직접 나섰습니다
6월 8일 원·달러 환율이 1,555.2원까지 치솟았습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나온 최고 수준인데요. 이날 개장 직후 환율이 급등하자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국장급 공동 메시지를 내놓으며 구두개입에 나섰습니다. 당국은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 쏠림 현상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된 뒤 환율은 1,550원 아래로 떨어져 1,540원대 후반에서 거래되며 상승폭이 일부 줄었습니다. 시장 불안이 커지자 금융위원회도 시중 4대 은행을 소집해 긴급 대책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급등의 배경은 복합적입니다
이번 환율 상승은 단순히 한두 가지 요인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고, 미국의 고용지표가 시장 전망을 웃돌면서 금리 인상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이와 맞물려 달러 인덱스가 100선을 넘어서며 원화 가치를 눌렀습니다. 국내 증시 상황도 심각했는데요. 외국인 투자자들이 2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한 달간 70조 원 넘게 주식을 팔았고, 이날 코스피는 8% 넘게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되었습니다.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이탈이 원화 약세를 심화시킨 결정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환율 상승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비중 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고환율의 그림자와 기회
환율이 높게 유지되면서 산업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밀과 팜유 등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식품 기업들은 원가 부담이 커졌습니다. 롯데웰푸드는 환율이 10% 오르면 세전이익이 약 57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 오리온, 에이피알 같은 기업들은 달러로 벌어들이는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면세업계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와 달러 기준 매입 원가 상승이라는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1,600원선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당국의 대규모 실물 개입은 외국인 역송금에 유리할 수 있어 쉽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