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기술로 잡은 AI 전력 시장
HD현대중공업이 미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발전설비 수주를 따냈습니다. 미국 에너지 인프라 기업인 코반에너지그룹과 9,56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총 1,000메가와트 규모의 9.6메가와트급 힘센 엔진 기반 설비가 공급되며, 현지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지난 4월 AEG와의 6,271억 원 계약을 포함하면 불과 넉 달 만에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만 1조 5,800억 원이 넘는 수주를 거둔 셈입니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 속에서 HD현대중공업의 기술력이 빅테크 기업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미국 전력연구원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비중이 최대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어 시장 잠재력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배 만들던 엔진이 데이터센터를 돌린다
이번 수주의 핵심은 자체 개발한 힘센엔진의 범용성입니다. 원래 선박 추진 및 발전용으로 쓰이던 중속 엔진인데요, 고출력과 고효율 성능을 바탕으로 24시간 중단 없는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가스터빈 등 기존 대형 설비가 공급 부족으로 납기가 길어진 상황에서, 엔진 발전설비는 설치 기간이 비교적 짧고 필요한 만큼 모듈형으로 확장할 수 있어 실용적인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동일한 설계와 생산 시설로 선박용과 육상용 수요를 동시에 아우를 수 있어 생산 효율도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상반기에만 엔진기계 부문 신규 수주가 연간 목표의 90%를 훨씬 넘어서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룹 손잡고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 구축
HD현대는 이번 수주를 단순한 엔진 공급이 아닌 통합 솔루션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부유식 데이터센터 기술 개발에, HD현대일렉트릭은 배전 및 전력기기 공급에, HD현대마린솔루션은 엔진 유지보수 사업에 나서며 수주에서 운영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계약 기간은 2026년 8월부터 2030년 7월까지로 약 4년간 공급이 이루어질 예정인데요. 이러한 장기 수주를 바탕으로 HD현대중공업은 생산 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향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