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명시한 무효의 원칙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3일, 법정 허용치를 초과하는 불법 대부는 무효이며 갚지 않아도 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대통령은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글을 공유하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는데요, 연 60%를 넘는 초고금리 대부 계약은 원금과 이자 모두 법적으로 무효라는 점을 재차 확인한 겁니다. 이 발언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과 맥을 같이합니다. 개정안은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불법 추심에 사용된 전화번호의 차단 속도를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죠. 정부는 이로써 피해자 보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융 시스템의 보이지 않는 계급
한편,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한국의 금융 시스템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그는 금융 시스템을 거대한 '성채'에 비유하며, 고신용자와 금융에서 배제된 사람들 사이의 심각한 격차를 언급했는데요. 신용등급을 '금융이 설계한 보이지 않는 계급장'으로 규정한 그의 발언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위험 회피 전략으로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로 인해 중·저신용자들은 제도권 금융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낡은 신용평가 방식이 과거의 연체 기록만을 따지다 보니, 실직이나 질병 같은 개인의 어려움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하는 거죠. 김 실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의 위험 회피 구조 개선, 신용평가 체계 확장, 서민금융기관 역할 재정립이라는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진화하는 불법 사금융과 과제
정부의 플랫폼 단속이 강화되자 불법 사금융 조직들의 활동 방식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텔레그램과 같은 SNS를 주요 무대로 삼아 피해자를 유인하는 사례가 급증했는데요, 경기복지재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불법사채 피해자 중 36.3%가 SNS를 통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계정 추적이 어려운 SNS의 특성을 악용해, 연 이율 5200%에 달하는 살인적인 고금리 대출을 광고합니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계약 과정에서 제공한 지인 연락처를 이용한 악질적인 추심에 시달리다 보니, 고금리 계약 무효화 제도가 마련되어도 오히려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발급하는 '대부계약 무효확인서' 실제 발급 건수가 제한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피해 신고 시 연루 계좌를 즉시 동결하는 조치를 불법사채까지 확대 적용하고, 제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현과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불법 업자들의 진화하는 수법과 피해자들의 주저하는 심리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