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원칙적으로 막는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2026년 7월 6일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을 위한 세부기준 거래소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공개했습니다. 상장사가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인데요, 모회사 이사회에 5대 의무를 부과하고 물적분할 시에는 주주 동의까지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3%룰'입니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참석 주주 과반수와 전체 의결권 4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상장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10억 원의 제재금과 매매거래정지라는 강력한 제재가 따라옵니다. 다만 자회사의 매출, 영업이익, 자산이 모두 모회사 대비 10% 미만이면 주주 동의 절차가 면제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을 겨냥하다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1.2%로 미국(0.05%), 일본(4.0%), 중국(2.4%), 대만(2.7%)을 크게 앞지르고 있습니다.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당시 모회사인 LG화학 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했던 사례처럼, 알짜 자회사가 상장될 때마다 모회사 주주들의 기업가치가 훼손돼 왔습니다.
정부는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와 자회사에 중복 반영되는 '더블카운팅' 문제와 소극적 배당 관행이 한국 증시의 저평가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규제는 국내뿐 아니라 뉴욕 등 해외 거래소 상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규제 우회 시도도 차단됩니다.
반면 코넥스 시장은 초기 성장기업의 자금 조달 통로 역할을 감안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신규 상장사 수가 작년 4개, 올해는 1개까지 위축된 상황을 반영한 조치인데요, 벤처·중소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코넥스를 거쳐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식의 우회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수혜와 희비가 엇갈리는 업계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곳은 지주회사와 복합기업입니다. SK, LG, LS 등 주요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가치가 기업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쪼개기 상장이 차단되면서 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기대됩니다. 한화투자증권 엄수진 연구원은 제조, 건설, 물류 등 일반 사업을 영위하는 복합기업까지 수혜가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추진을 자진 철회했던 LS그룹 에식스솔루션즈는 첨단산업의 자금조달 필요성이 인정되면 예외 상장 가능성이 열렸다고 보고 재추진 시나리오를 검토 중입니다. LS 측은 글로벌 1위 권선 기업 지위 유지를 위해 5,000억 원 이상의 설비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재계와 VC 업계는 '거래소가 따로 정한다'는 식의 모호한 기준이 많아 규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3%룰에 따른 주주 동의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판과 함께, FI(재무적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경로가 막혀 창업 생태계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