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짙은 상처의 자리
제주 4·3 사건 78주년을 맞은 평화공원에는 봄꽃이 만개했지만, 유족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쓴 추억이 가득했습니다. 올해 추념식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후 처음 열린 의미 있는 자리였는데요, 특히 고계순 할머니의 가족관계 정정 사례가 소개되며 많은 이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78년 만에 비로소 아버지의 이름을 찾은 그녀의 사연은 이 역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공원에서는 상반된 집회로 물리적 충돌까지 빚는 아수라장이 펼쳐졌습니다. 우파청년단체의 "4·3은 공산 폭동"이라는 주장과 이를 규탄하는 단체들의 대립으로 경찰이 중간에 배치되는 등 긴장된 상황이 연출되었죠. 추모의 장이 다시금 논쟁의 장으로 변모하는 모습에 많은 시민들이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정치권의 움직임과 유족의 바람
김민석 국무총리는 추념식에서 "제주 4·3과 결코 작별하지 않겠다"며 명예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가폭력범죄 시효 폐지 약속을 재차 강조한 것인데요,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관련 특례법 조속 처리 의지를 밝혔습니다.
제주지사 후보들도 각각 4·3 완전한 해결을 강조하며 유족 치유와 역사 왜곡 대응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움직임과는 별개로, 유족들에게는 더 실질적인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행방불명된 가족의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 작업이 대표적인데요, 오영훈 지사는 진실화해위원회와 협력해 도외 지역 유해 발굴 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습니다.
과거사 해결의 핵심은 단순한 정치적 공약이 아니라 유족들의 일상으로 스민 아픔을 함께 하는 데 있을 겁니다. 배우 김미경이 고계순 할머니에게 "모진 세월 하영 속았수다"라고 위로한 마음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관심이 아니었을까요.
갈등과 화해 사이에서
4·3은 이제 국가적 차원의 화해와 상생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는 듯합니다. 유네스코 등재와 해외 문학상 수상 등이 이를 증명하죠. 하지만 극우 단체의 집회에서 보듯, 역사 해석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색깔론 공세 중단"을 촉구하며 정치권의 역사 왜곡이 치유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어요.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4·3 왜곡이 더 큰 아픔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사회적 갈등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78년이 지난 지금, 4·3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이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명예회복과 더불어 어떻게 하면 이러한 상처가 대를 이어 전해지지 않도록 할 것인가에 있을 겁니다. 정치적 논란 속에서도 유족들의 눈물과 한을 보듬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