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넘은 유가, 증시 얼어붙게 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씬 넘어서며 뉴욕증시가 나흘 연속 하락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등 주요 원유 수송로가 위협받는 상황인데요. 이 여파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02.48달러, 브렌트유는 107.63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 우려를 키웠고, 이는 곧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4.95%를 넘어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30년물은 5.37%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반도체주 급락에 투자 심리도 얼어붙어
장기 금리가 이처럼 급등하자 주식 시장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반도체주와 기술주들이 큰 폭으로 밀렸는데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66% 하락했고, 마이크론은 4.9%, SK하이닉스 ADR은 5.2%, 엔비디아도 2.26% 내렸습니다. 인텔 역시 5%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고유가와 고금리가 겹치며 경기 둔화 우려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론을 짓누른 겁니다.
반면 애플은 신형 아이폰에 대한 기대감에 3% 넘게 상승했고, 오라클은 예상을 웃도는 실적으로 시간 외 강세를 보였습니다. 키움증권 측은 오라클의 이런 흐름이 전체 낙폭을 다소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다만 일부 종목의 선전이 시장 전체의 어두운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연준의 시험대가 된 물가 지표
시장의 불안은 정책적 불확실성에서도 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승리 시 전국민에게 5천 달러씩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하면서 국가부채 증가 우려가 커졌고, 이 역시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유럽중앙은행까지 금리를 인상하며 글로벌 긴축 기조가 가속화되는 모습입니다.
이제 모든 시선은 11일에 발표될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리고 있습니다. 생산자물가지수가 이미 예상을 웃돈 상황이라, CPI마저 높게 나오면 연준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질 겁니다. 현재 시장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는데요. 다만 컨센서스 범위 내에서 물가 상승세가 꺾인다면 7,000선을 회복한 코스피가 지지선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