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일생의 발판, 하지만 갈 길은 멀다
파산 위기에 몰렸던 홈플러스가 마침내 숨통을 틔웠습니다.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연대보증을 서고,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 원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을 승인하면서 급한 불은 껐는데요. 이번 자금 확보를 통해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즉시항고를 제기하고, 중단된 회생 절차를 이어갈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앞서 법원은 지난 7월 3일, 홈플러스가 요구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며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전국 67개 매장이 임시 휴업에 들어가면서 직원과 협력업체,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커졌는데요. 당연히 이번 2000억 원 확보 소식은 현장에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정도 금액으로는 당장의 파산만 면할 수 있을 뿐, 완전한 정상화까지 가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산 넘어 산, 쌓인 채무와 불안한 현장
사실 홈플러스가 안고 있는 재무적 부담은 2000억 원을 훨씬 넘습니다. 급여와 퇴직금, 물품대금, 세금 등 공익채권만 1조 원대에 달하며, 이중에서도 인건비 관련 체불액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점포 하나를 정상 가동하는 데에만 최소 20억에서 40억 원이 드는데, 휴업 중인 67개 점포를 다시 세우는 것만으로도 자금이 거의 소진될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장의 상황은 더욱 엄격합니다. 대형 제조사들이 수개월 전부터 납품을 중단하면서 매대가 홈플러스 자체 PB 상품 위주로 채워진 상태인데요. 협력업체들은 미납 대금이 해결되지 않으면 납품을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또한 문화센터 수강생들은 갑작스러운 휴강으로 환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매장 앞에서는 노조의 호소문이 붙어 구성원들의 불안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모습입니다.
'월가의 야만인' 논란과 남은 과제
이번 위기의 배경에는 MBK파트너스의 인수 방식에 대한 비판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7조 2000억 원 중 4조 원을 넘는 빚을 기업에 떠넘기는 이른바 차입 매수 방식을 사용했는데요. 이후 알짜 자산을 매각하고 재투자는 최소화하면서 부채비율이 무려 2955%까지 치솟았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MBK에 대해 사모펀드 운용사 가운데 최초로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를 의결하며, 이러한 투기적 자금 운용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반대로 홈플러스 측과 MBK는 직영 매장 자산 가치가 2조 원이 넘는다는 점을 들어 회생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 기업 회생이 가능하다는 기대인데요. 하지만 대형마트 업황 자체가 둔화된 데다, 이미 알짜 점포와 슈퍼사업부문이 매각되어 매력도가 떨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홈플러스의 미래는 추가 자금 확보와 납품업체 신뢰 회복, 그리고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라는 산을 하나씩 넘어야만 그려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