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63건, 삭제된 실종 기록
제주에서 한 경찰관이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하고 관련 기록까지 삭제한 사실이 연쇄적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이 담당한 실종 신고 298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무려 63건이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입력되지 않거나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특히 이 중 15건은 아동, 장애인, 치매 환자 등 실종아동법 보호 대상자까지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경찰 내부 시스템을 통해 관리돼야 할 생명과 안전이 한 순간에 지워진 셈입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 12일 밤 실종된 30대 여성 장모씨 사례에서 시작됐습니다. 장씨 가족이 112에 신고했지만, A경장이 허위로 사건을 종결했고, 101일이 지나 제주시 한림읍 야자수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족은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오는 4일 부경장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입니다.
성인 실종은 '가출'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제주라는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실종 수사 부실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미해제 실종자 1,993명 중 성인이 92.7%를 차지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가출인'으로 분류돼 사실상 소극적으로 수사됩니다. 신고 후 1시간 이내에 발견되는 비율이 53.6%에 달할 정도로 초동 대응이 중요하지만, 성인에게는 실종경보 발령 등 법적 근거가 부족해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주 장모씨 사건에서도 경찰이 편법적으로 장애인으로 허위 표기해 경보를 발령한 사실이 드러날 만큼, 제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은 A경장의 범행 배경으로 업무 과부하와 피로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298건 중 141건이 고위험군이었음에도 일괄적으로 자체 종결한 점, 그리고 '사망' 등 사실과 다른 사유를 입력해 관리 대상에서 해제한 점은 단순 실수로 넘길 수 없는 수준입니다.
전국 31만 건 점검과 남은 과제
이번 파문이 확산되면서 경찰청은 전국 경찰관서에 장기 실종 사건 약 31만 건을 전수 점검하기로 방침을 세웠습니다. 제주도의회 송영훈 의장도 정례회에서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도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지키는 기본 가치가 흔들려선 안 된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자치경찰단과 소방대, 자율방범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공직사회의 신뢰 회복과 예측 가능한 인사 제도 정립을 촉구했습니다.
문제는 이번 조사로 드러난 것만 해도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전국적으로 성인 실종자의 73.6%가 1년 이상 행방불명인 현실에서, 기록 관리와 초동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들이 사비로 사설탐정을 고용해야 하는 현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종 신고에 대한 경찰의 책임 있는 접근과 제도 보완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