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메모리 시장의 새로운 4강 체제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최근 상하이 증시 상장을 통해 약 12조 원의 자금을 확보하며 범용 D램 시장의 4강 체제를 본격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CXMT의 시장 점유율은 3%에서 8%로 급증했고, 이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라는 기존 3강 구도에 중국이 확실한 틈새를 만들었습니다. HP와 에이수스 등 글로벌 PC 업체들도 보급형 모델 중심으로 CXMT 칩을 소량 도입하기 시작했는데요. 비록 한국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지만, 공급망 다변화라는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당연히 이런 상황은 한국 반도체주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CXMT의 공격적인 증설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장면도 연출되었는데요. 시장은 범용 메모리의 중장기적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가능성을 미리 반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1년을 2~3년처럼 쓰는 추격자의 전략
CXMT의 성장은 단순한 기업의 성공담을 넘어 중국 정부의 전략적 산업 육성 방식을 보여줍니다. 백서인 한양대 교수는 중국이 정부 지원, 내수 시장, 연구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사실상 1년을 2~3년처럼 활용하는 가속화 체계를 갖췄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정부는 초기 수율이 낮은 제품을 공공 부문이 띄워주고, 법인세 면제와 장비 구매 비용을 현금으로 지원하며 기업의 투자 비용과 시간을 직접적으로 줄여주었습니다.
이런 전폭적인 지원 아래 CXMT는 베이징 이좡에 두 번째 12인치 공장을 짓고, 상하이와 허페이 증설까지 합치면 월 60만 장 이상의 생산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오히려 기술 자립을 앞당기는 이른바 제재의 역설도 나타났는데요. 화웨이는 엔비디아 공백을 메우며 중국 내 AI 가속기 시장 1위를 차지했고, 국산 DUV 노광장비 개발도 첫발을 뗐습니다. 물론 아직 ASML과 비교하면 규모나 수율에서 큰 격차가 있어 단기간의 도약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HBM 우위와 범용 메모리 수익성 사이
현재 한국 기업들은 HBM과 첨단 패키징 기술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CXMT가 HBM3 샘플을 내놓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상용화한 HBM3E나 HBM4와 비교하면 기술 격차가 약 4년 정도로 평가됩니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수익성 높은 HBM에 집중하는 사이, 범용 메모리라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중국에 잠식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가 저가 공세와 물량 공세로 수익성이 떨어지면, 차세대 기술 투자를 지속할 동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KB증권은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2029년 이후에야 해소될 것으로 보면서도, CXMT의 증설이 중장기적 경쟁 구도를 바꿀 변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한국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기업의 R&D와 투자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산업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