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균형 발전을 ‘국가적 생존 전략’으로 선언하며,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체하고 전국을 아우르는 ‘5극 3특’ 전략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주도하는 이 전략은 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이라는 5대 초광역권과 제주, 강원, 전북 3개 특별자치도를 새로운 성장의 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입니다. 핵심은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재정과 정책 결정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인구와 자본의 자연스러운 분산을 유도하는 데 있죠.
그러나 이 거대한 국토 재편 전략이 성공하려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성장 동력의 핵심인 이공계 인재, 특히 여성 인력의 지역별 채용 격차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3특’으로 지정된 특별자치도들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 지원 방안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공계 여성 인력, 지역별 ‘채용 격차’가 발전 걸림돌
정부의 ‘5극 3특’ 전략이 지역별 맞춤형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각 지역의 인재 수급은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입니다. 문제는 이공계 인재 풀 자체는 넓어지고 있지만, 그 활용에 있어 지역과 산업별로 극심한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이공계 대학의 여학생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2023년 기준 32.2%에 달했습니다. 공대 여학생 비율도 23.6%로 정부 목표인 30%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문을 공부하는 것과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화학공학과 여학생 비율이 44.5%에 이르지만, 화학 업계의 여성 채용 비율은 10% 안팎에 그칩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채용 편향이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는 겁니다. 수도권과 충남권의 연구벨트에는 여성 연구개발 인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포진해 있는 반면,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의 중후장대 제조업 밀집 지역에서는 여성 연구개발 인력의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고용 문제를 넘어, 지역 혁신 성과의 차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제품과 공정 혁신을 해낼 확률이 높은데, 동남권에서는 이런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인재는 있는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3특 자치도’ 소외 방지, 패키지형 지원 필요
‘5극 3특’ 전략의 또 다른 도전 과제는 명칭 그대로 ‘5극’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3특’이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북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분석 보고서는 이 같은 우려를 적시했습니다. 보고서는 초광역 교통망 구축 계획이 대부분 5극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특별자치도들이 교통 인프라 측면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순히 ‘특별자치도’라는 명칭과 제도적 자율성만 부여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발전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포괄적이고 맞춤형인 ‘패키지형 지원’이 필수라고 조언합니다. 각 특별자치도의 지리적, 산업적 특성을 깊이 있게 분석한 뒤, 교통, 교육, R&D(연구개발), 기업 유치 지원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는 관광과 신재생에너지, 강원도는 관광과 첨단 바이오·의료, 전북은 농업과 식품 가공 등 지역 고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정책과 재정이 동반 지원되어야 한다는 거죠. ‘3특’의 성공은 결국 ‘5극’ 전체의 균형 발전을 견인하는 데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습니다.
지역 맞춤형 인센티브와 ‘균형성장 빅딜’의 향방
현재 추진 중인 구체적 실행 방안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방시대위원회는 ‘균형성장 빅딜’을 통해 대기업의 지방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기업이 지방에 투자하면 정부가 인재 양성, R&D, 규제 완화, 재정 및 세제 지원 등 5가지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제안입니다. 목표는 무려 1400조 원 규모의 대기업 투자를 지방으로 유도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공계 여성 인력의 지역 정착을 촉진하기 위해 대학의 여학생 비율을 기준으로 그 이상 수준으로 여성 연구·기술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업에 정책금융 금리 인하나 출자 비율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대학에서 배출된 우수한 여성 인재가 지역 산업 현장으로 원활히 흡수될 수 있도록 ‘미스매치’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행정구역 통합과 관련해서도 유연한 접근법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통합 시 시청 소재지나 명칭 문제로 인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청을 두 군데 두거나 양쪽에 걸쳐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드웨어적인 통합보다 실질적인 기능과 효율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신호로 풀이됩니다.
국토의 공간적 재편은 단순한 지도 위의 구획 변경이 아닙니다. 이는 인구, 자본, 일자리, 교육 기회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대전환입니다. ‘5극 3특’ 전략이 그림만 그렸을 때의 포부를 넘어, 이공계 여성의 채용 불균형과 특별자치도의 실질적 지원 문제 같은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장벽을 어떻게 해체해 나갈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성공 여부는 결국 이러한 디테일한 정책 설계와 실행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