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벽을 넘어선 돌파구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려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리튬금속 배터리의 상용화에 한걸음 다가섰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배터리 수명을 단축하고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핵심 난제인 ‘계면 불안정성’을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요. 배터리 전해질에 ‘티오펜’이라는 물질을 첨가해 전극 표면에 리튬 이온이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지능형 보호막’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보호막은 마치 스마트 교통 시스템처럼 리튬 이온의 이동 경로를 최적화해, 바늘처럼 생긴 ‘덴드라이트’가 성장하는 것을 억제합니다. 실시간 원자간력 현미경으로 확인한 결과, 고속 충전 조건에서도 리튬이 균일하게 쌓이고 제거되어 배터리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산업화를 향한 경쟁 가속화
이 같은 학계의 기술적 돌파구와 맞물려 산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삼성SDI가 컬럼비아 대학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리튬메탈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개선하는 새로운 전해질 조성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불소 성분을 활용한 ‘겔 고분자 전해질’을 적용해 내부 문제를 해결한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에도 게재될 정도로 주목받았죠. 이에 시장은 삼성SDI가 차세대 배터리 기술 선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를 5% 이상 끌어올렸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라인 투자와 2027년 하반기 본격 양산 계획에 주목하며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초기에는 로봇에 적용되고, 점차 고가 전기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으로 시장을 확장해 나갈 전망입니다.
글로벌 판도 변화가 가져올 기회
기술 개발 경쟁과 함께 시장 환경의 변화도 국내 배터리 산업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수입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는데요. 원격 모니터링 기능이 있는 중국제 ESS가 미국 전력망 데이터 보안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조치입니다. 이 규제가 실제로 통과될 경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 등으로 미국 내 ESS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삼성SDI는 이미 미국 에너지 기업과 2조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기술력 확보와 함께 시장 접근성까지 개선된다면,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상은 한층 더 공고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