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바뀌는 피해자 수사 지위
경찰 수사개혁위원회가 2026년 8월 31일 첫 번째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범죄피해자를 단순한 보호 대상이나 수사 협조자가 아닌, 형사사법 절차에서 독자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로 인정하는 내용입니다. 이번 권고는 지난 20여 년간의 피해자 보호 정책을 '보호·지원 대상'에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주체'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위원회는 사건 접수부터 처리 결과 통지, 주요 처분에 대한 이유 설명 등 피해자의 핵심적인 권리를 기본법에 명시하도록 권고했습니다. 또한 불송치·불기소 처분에 대한 이의제기권, 수사 및 재판 기록 접근권, 의견과 증거 제출권 등도 법률적으로 보장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수사 과정에서 단순한 참고인을 넘어 실질적인 절차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취지입니다.
장윤기 사건이 남긴 과제
이번 권고는 장윤기 사건,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 제주 장기실종 사건 등에서 드러난 경찰 수사 과정의 허술함을 짚고 나온 결과입니다. 특히 장윤기 사건에서처럼 국가수사본부장이 분리 수사를 지시해 논란이 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됩니다.
중요 수사지휘의 근거와 내용을 기록하고 사후 검증이 가능하도록 하는 체계를 권고했습니다. 이를 통해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외부의 부당한 개입이나 수사 축소 우려를 줄이는 방안입니다. 수사의 방향과 범위를 변경하는 중대 결정이 내려질 때는 반드시 그 이유가 남겨져야 한다는 점이 이번 권고의 핵심입니다.
스토킹, 교제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등 재피해 위험이 큰 사건의 경우에는 가해자의 석방이나 출소 예정 사실을 피해자에게 사전에 알리는 방안도 제시됩니다.
경찰서가 피해자 지원의 첫 출발점
전국 모든 경찰서에 원칙적으로 '범죄피해자보호계'를 설치하고 경찰청에는 총괄 조직을 두는 전담 조직 체계 구축을 권고했습니다. 현재는 일부 전담 경찰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3급지 경찰서에는 전담 인력조차 없는 실정인데요. 이를 조직 업무로 전환해 일관된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경찰서를 피해자 지원의 기본 접점으로 삼아 법률, 의료, 심리, 주거 등 필요한 지원을 관계기관과 신속히 연결하는 원스톱 체계를 구축하도록 했습니다. 이제 피해자는 여러 기관을 떠돌지 않고 처음 찾는 경찰서에서 통합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국선변호사 지원 대상도 기존 성폭력, 아동학대, 스토킹 등에서 가정폭력, 교제폭력 등 중대범죄와 재피해 위험 사건으로 확대됩니다. 지원 시점도 최초 피해자 조사 전부터 앞당겨져 수사 단계부터 법률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경찰청은 이번 권고를 수용해 세부 이행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자체 규정 개정은 우선 시행하고 전담 조직 설치와 다기관 협력체계는 2027년 상반기까지 구체화할 계획입니다. 법 개정과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한 과제들은 2027년 말까지 최종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수사개혁위는 2차 권고안에서 수사대응 역량 강화와 민주적 통제 방안을 추가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