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이재명 정부의 첫 과제로 부상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을 핵심 국정 기조로 내세운 가운데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첫 번째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난 2일 공동으로 행정통합 추진을 선언한 이후 속도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별법 제정과 의회 동의, 통합 광역단체장 선출 등 빠른 일정이 잡혔죠.
그러나 속도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를 중심으로 “충분한 시민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의원들은 6일 간담회에서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물리적 통합으로만 끝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습니다. 전남도의회도 8일 의원총회를 열어 입장을 정리할 예정인데, 의회 동의를 얻기 위한 과정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속도전의 이유, 6·3 지방선거가 목표
강기정 광주시장은 6일 시의회 간담회에서 “6월 지방선거 시점을 놓치면 통합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행정통합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하고, 이후 통합 지자체장을 선출해야 합니다. 선거가 끝난 후 통합을 추진하면 통합단체장 선출을 위한 별도의 선거가 필요해 예산과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따라서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통합단체장을 뽑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광주시와 전남도는 2월 중 특별법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선출해 7월 1일 통합자치단체 출범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이 지방자치단체장 간담회에서 행정통합 지원 의사를 밝힌 이후 추진 체계가 급속도로 구축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찬반 논쟁, 주민 동의 절차는 어떻게?
행정통합에 대한 찬반 논쟁의 핵심은 주민 동의 절차입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의 통합은 주민투표로 결정하거나 시·도의회 의결로 가능합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예산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이미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시·도의회 의결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강기정 시장은 “주민투표는 60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고, 6월 지방선거와 맞추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주민의 직접적 의사를 묻는 투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전남도의회 이광일 부의장은 “도민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광주시의회에서도 “시민들이 속도가 빠르다고 느낀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시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죠.
교육청 통합까지 논의 확산
행정통합 논의는 광역자치단체뿐 아니라 교육청으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은 6일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에게 교육청 통합을 제안했습니다. “행정통합 단체장 선출 시 교육감도 함께 선출해야 통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 교육감은 “전남 교육이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변방에 머물고 있다”며 통합을 통한 교육 쇄신을 강조했습니다. 교육청 통합은 향후 더 큰 논쟁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지지와 중앙정부 지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 등과 오찬을 함께하며 행정통합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습니다. 또한, 행정안전부는 통합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중앙정부의 지원 약속은 광주·전남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통합 논의에도 불을 지폈습니다. 전북에서는 군산시장이 인접 시군과의 산업 중심 권역 통합을 제안했고, 부산·경남에서는 찬성 여론이 53.7%로 상승하는 등 통합 열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 공감대 형성과 실효성 확보
행정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도민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입니다. 현재 진행 속도가 빠르다 하더라도 통합의 필요성과 기대 효과, 구체적인 청사진을 투명하게 알리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강기정 시장은 “통합이 시도민 삶에 미치는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까지는 시민 참여 채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한 통합 이후의 조직과 권한 배분, 재정 운영, 기초자치단체와의 관계 등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되어야 합니다. 통합이 단순히 행정구역 합병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지역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려면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과 재정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특별법에 이러한 내용이 담길지 여부가 관건입니다.
역사적 기회, 신중하되 결단력 있게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는 4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오랜 숙제입니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통합이 제시된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전남도의회 이철 부의장은 “전남의 인구 감소가 심각한 상황에서 행정통합은 불가피하다”며 신속한 의결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속도전은 오히려 반발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의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시·도의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번 주 내로 열리는 전남도의회 총회와 광주시의회 본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행정통합이 성공하려면 속도와 정합성, 민주적 절차가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지방분권 과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광주·전남의 선택이 다른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