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년 만에 깨어난 단층
북한 풍계리 핵실험이 지하 깊은 곳의 단층을 흔들어 놓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산대 김광희 교수팀이 중국 연구진과 함께 17년간 지진파를 분석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을 실었는데요.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여섯 차례 이어진 지하 핵실험이 만탑산 일대의 지질 구조를 바꿔 놓았다는 내용입니다.
숫자만 봐도 변화가 뚜렷합니다. 6차 핵실험 이전까지 이 지역에서 기록된 지진은 60건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17년 9월 6차 실험 이후에는 1,330건이 넘는 지진이 관측됐고, 그중 규모 2.0 이상은 90건에 달했습니다. 핵실험 직후 수주 안에 잦아들던 과거와 달리, 지진 활동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단층을 깨운 응력 재분배
연구팀이 주목한 건 두 개의 북북서 방향 단층입니다. 2,300년 가까이 자연지진 없이 잠들어 있던 곳인데, 핵실험 이후 지진이 이 선을 따라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지진 규모도 1.0 안팎에서 시작해 2023~2024년에는 3.0까지 올라갔습니다. 반복된 핵폭발이 암반에 균열과 손상을 쌓아 두고, 응력이 재분배되는 과정에서 단층의 미끄러짐을 촉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물리적 흔적도 확인됐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6차 실험의 폭발력을 100~250kt로 추정하며 규모 6.3에 해당한다고 봤고, 위성 관측에서는 만탑산 정상부가 0.5m 가라앉고 남서쪽으로 1.5m 이동한 흔적이 포착됐습니다. 4차와 5차 실험장 사이 좁은 구역에서 강력한 폭발이 반복된 점도 지각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남은 과제와 전망
연구팀은 단층이 한꺼번에 재활성화될 경우 최대 규모 6.4의 지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규모 6.0 이상이 발생하면 북쪽 120km 떨어진 백두산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시사점도 내놨습니다. 다만 이는 가능성에 대한 경고일 뿐, 실제 발생 여부는 추가 관측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지하 핵실험의 여파는 실험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은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검증은 물론, 지하 유체 주입이나 지하 공간 개발 같은 활동에서도 장기 지진 관측과 안전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극단적 상황이 아니더라도 지각의 응력 변화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