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9일 소장·준장 등 장성급 장교 118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에 맞섰던 박정훈 대령과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진입을 지연시킨 김문상 대령이 준장으로 진급했습니다. 특히 비육사 출신과 여군 장성의 비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군 내 다양성 확보에 중점을 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박정훈 대령, 해병대 군사경찰 최초 '별' 달다
박정훈 대령은 2023년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중 상부의 외압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려 한 인물입니다. 당시 국방부 수뇌부의 수사 기록 이첩 보류 지시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수사 결과를 넘기는 등 원칙을 지켰습니다. 이후 항명 혐의로 보직 해임되고 기소되었으나 군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번 준장 진급으로 국방조사본부장 대리를 맡게 되는데, 해병대 군사경찰 병과 출신으로는 최초의 장군 탄생입니다. 지난해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은 바 있는 박 준장의 진급은 그의 행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문상 대령, 계엄 헬기 거부로 '별' 획득
김문상 대령은 12·3 비상계엄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작전처장으로 재직하며 육군특수전사령부 헬기의 긴급비행 승인을 세 차례 거부했습니다. 이를 통해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42분간 지연시켰고, 이번 인사에서 준장으로 진급해 합동참모본부 민군작전부장을 맡게 됩니다. 군 당국은 김 대령의 결단이 당시 상황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준장은 육군3사관학교 출신으로 비육사 장성 진급 확대의 상징적 인물이기도 합니다.
비육사·여군·간부사관, '다양성'이 화두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비육사' 출신 장성의 비율이 크게 높아진 점입니다. 육군 소장 진급자 41명 중 비육사 출신은 41%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준장 77명 중 비육사는 43%를 차지했습니다. 공군 준장의 경우 비조종 병과 비율이 45%로 확대되었습니다. 이는 군 내 다양한 출신과 병과에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국방부의 의지로 읽힙니다.
여성 장교의 진급도 두드러집니다. 소장 1명, 준장 4명 등 총 5명의 여군이 장군으로 진급했는데, 이는 2002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특히 강영미 대령이 소장으로 진급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간부사관 출신으로는 최초로 이충희 대령이 준장에 올랐습니다.
공병 병과 출신 예민철 소장이 사단장에, 해병대 기갑 병과 박성순 소장이 사단장에 임명되는 등 각 군의 핵심 보직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공군에서는 전투기 후방석 조종사 출신 김헌중 대령이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소장에 진급했습니다.
'일하는 인재' 중심 인사, 계엄버스 탑승자는 배제
국방부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헌법과 국민에 대한 충성을 바탕으로 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일하는 인재를 선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불안정한 국제안보 정세 속에서 한반도 방위를 주도하고 미래 전투력 발전 목표를 달성할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발탁했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버스에 탑승한 육군 본부 인사들은 진급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이번 인사는 군 내부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과거 사건에서 원칙을 지킨 인물들을 진급시킨 점에서 군 개혁의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 전장에 대비하는 강군으로 거듭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