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간 비행 끝에 만난 모자의 눈물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이 경기장 밖에서 펼쳐졌습니다. 카보베르데의 40세 베테랑 골키퍼 보지냐는 첫 경기인 스페인전이 끝난 뒤 취재진 앞에서 어머니를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혔는데요. 비자 문제와 비용 부담으로 아들의 첫 월드컵 무대를 지켜보지 못한 어머니 에보라를 향한 그리움이었습니다.
이 사연이 전 세계로 퍼지자 미국 국무부와 FIFA가 직접 나서 비자 발급을 도왔고, 2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에보라는 조별리그 2차전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마이애미 스타디움 관중석에서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국기를 흔든 에보라는 "나의 아들들아, 강하고 용감해져라"라며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어머니의 손키스를 받은 보지냐는 그라운드에서 끝까지 골문을 지켰고, 이 감동적인 재회는 이번 대회를 빛내는 인간 드라마로 남았습니다.
52만 섬나라가 쓴 역사의 한 페이지
카보베르데는 단순한 이변을 넘어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인구 52만의 작은 섬나라가 월드컵 본선 첫 진출이라는 진기록에 이어, 강호 스페인과 0-0으로 비긴 데 이어 이번에는 우루과이와 2-2로 팽팽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전반 21분 케빈 피나가 프리킥으로 터뜨린 골은 카보베르데 축구 사상 첫 월드컵 득점이었고, 1-2로 뒤처지던 후반 16분에는 엘리우 바렐라가 상대 수비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동점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점유율에서는 밀렸지만 유효슈팅 4개로 우루과이의 2개를 앞서는 효율적인 축구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보지냐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은 후반 종료 직전까지 이어진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냈는데요. 이번 대회 전 세계 축구 팬들은 63위의 이 소국을 더 이상 약체로 보지 않게 됐습니다. 보지냐의 SNS 팔로워가 5만 명에서 1,500만 명 이상으로 폭증한 것도 이런 열기를 방증합니다.
이제 시작인 마지막 관문
현재 카보베르데는 승점 2점으로 H조 3위에 올라 있습니다. 6월 27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이 32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텐데요.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우루과이가 스페인에 패할 경우, 승점 5점으로 조 2위가 되어 역대 첫 32강 진출이라는 동화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남았습니다. 월드컵은 변수가 많은 무대인데요. 하지만 카보베르데가 보여준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아프리카 예선에서 카메룬을 제치고 본선 티켓을 거머쥔 저력은 이번 조별리그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응원과 전 세계의 기대를 등에 업은 카보베르데의 여름 동화는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