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추첨 결과는 무난하지만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이 끝났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개최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유럽 플레이오프 D조(덴마크, 체코, 아일랜드, 북마케도니아 중 승자)와 함께 A조에 편성됐습니다. 포트2에 속한 한국이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초강팀을 피하고, 포트3에서도 노르웨이 같은 강호를 만나지 않은 점 때문에 대체로 ‘무난한 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면적 평가와 달리 세 팀 모두 한국에게 결코 만만찮은 상대라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첫 번째 난제는 당연히 개최국 멕시코입니다. 홍명보 감독은 조 추첨 직후 “가장 위협적인 팀”이라고 직접 꼽았는데요. 지난 9월 평가전에서는 2-2로 비겼지만, 역대 전적은 4승 3무 8패로 한국이 확실히 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모든 조별리그 경기를 멕시코 땅에서 치러야 한다는 점도 큰 변수입니다. 멕시코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도 “한국은 항상 어려운 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홈 어드벤티지를 앞세울 태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 PO 승자, 누가 오든 만만치 않아
가장 큰 불확실성은 유럽 플레이오프에서 올 팀입니다. 덴마크, 체코, 아일랜드, 북마케도니아 중 한 팀이 한국의 첫 상대가 되는데, 이 중 가장 유력한 후보는 피파 랭킹 21위의 덴마크입니다. 덴마크는 호일룬, 에릭센, 호이비에르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을 보유한 강팀입니다. 한국과의 역대 전적에서도 1무 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죠. 체코 역시 파트리크 시크, 토마시 수첵 등 유명 선수들이 포진해 있고, 아일랜드와 북마케도니아도 각각 유럽 예선에서 포르투갈, 이탈리아 같은 팀을 상대로 선전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준희, 박찬하 해설위원은 “상대를 경시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멕시코의 축구 레전드이자 ‘개구리 점프’ 드리블로 한국 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콰우테모크 블랑코는 흥미로운 평가를 내놨습니다. 그는 한국을 A조에서 “멕시코의 유일한 위협”이라고 지목했는데요. 한국 선수들의 90분 내내 끊임없는 움직임과 투지가 멕시코에게는 까다로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의 발언은 오랜 라이벌로서 한국팀에 대한 경의이자 경계로 읽힙니다.
고지대와 기후, 숨겨진 장애물
표면적인 상대 전력 외에도 한국팀이 직면한 숨겨진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고지대 경기장과 북중미의 기후입니다. 경기가 열리는 과달라하라와 몬테레이는 해발 1,600m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습니다. 공기의 희박함은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홍명보 감독 역시 이 점을 가장 큰 고민으로 꼽으며 “최소 열흘 이상의 현지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더운 날씨와 습도 또한 한국 선수들에게는 낯선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고려했을 때, 베이스캠프 선정과 조기 현지 적응 훈련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됩니다. 홍명보 감독은 내년 3월 소집을 통해 A조 상대를 가상으로 설정한 ‘모의고사’를 실시해 전력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서는 단 한 경기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상황에서, 환경적 불리함을 최소화하는 준비가 승패를 가를 수 있습니다.
확대된 본선, 기회는 열려 있다
이번 월드컵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참가국이 확대된 첫 대회입니다. 따라서 진출 문턱도 다소 낮아졌는데요. 각 조 1, 2위에 더해, 조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상위 8개 팀이 32강에 진출합니다. 이는 과거 1승 1무 1패로도 16강에 갔던 한국에게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남아공과의 경기는 한국이 반드시 승점 3점을 노려야 할 경기로 꼽히고 있습니다.
결국, 무난해 보이는 조 편성은 오히려 더 철저한 준비를 요구합니다. 상대를 얕보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은 지난 대회들에서 반복적으로 증명됐습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황금 세대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번 대회, 무난함에 안주하지 않고 모든 난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갈 때 비로소 32강 진출이라는 목표에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