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인근 바다 검게 물들인 기름띠...러 유조선 좌초 후폭풍 계속

미nv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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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전 수정 · 2026년 8월 14일 오후 2:20

발행: 2026년 8월 13일 오후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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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그림자 선단' 유조선이 오만 연안에서 좌초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기름띠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까지 확산되며 해양 재앙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악천후와 보험 공백, 전쟁 행위 규정으로 인양 및 방제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으며 이란과의 책임 공방까지 겹쳐 중동 해양 생태계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검게 물든 오만 앞바다

오만 연안이 검은 기름띠로 뒤덮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좌초한 러시아 소유 유조선 캐롤라인 베젠기호에서 유출된 원유가 오만 남동부 라스 마드라카 해변을 넘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케슘섬까지 번지고 있는데요. 현재 기름띠가 덮은 면적은 1,300에서 최대 2,00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며, 이는 사고 초기보다 수십 배에서 백 배 가까이 불어난 규모입니다. 특히 바다거북이 산란하는 마시라섬 남쪽 해안까지 유출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져 해양 생태계의 재앙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번 사고의 심각성은 숫자만으로도 설명이 부족합니다. 선박에 실린 원유는 약 80만에서 100만 배럴에 달하며, 만약 선체가 추가로 파손돼 모두 유출될 경우 과거 엑손 발데즈 사고를 능는 4,000만에서 5,000만 갤런의 기름이 바다로 쏟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입니다. 이미 오염된 해안선은 최대 40킬로미터에 이르며, 아라비아해 혹등고래와 소코트라가마우지 등 희귀 해양생물의 서식지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인양은 커녕 책임 공방만

문제는 피해가 커지는 만큼 수습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사고 지역은 카리프 몬순의 영향으로 극심한 악천후와 높은 파도가 이어지는 곳이라 인양 및 방제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만 당국과 구조 전문업체가 협력하고 있지만, 험난한 지형과 원격지라는 특성 탓에 장비와 인력 투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연례 몬순이 몰아치는 동안 선체는 계속 암초와 부딪히며 추가 손상될 위험이 큽니다.

더 큰 걸림돌은 제도적 공백입니다. 해당 선박은 러시아 제재를 피해 운항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 소속으로 서방 공인 보험사에 가입돼 있지 않습니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마저 이번 사고를 단순 해난사고가 아닌 전쟁 행위로 규정하고 방제 비용 지원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막대한 대응 비용은 오만 정부와 구조 업체가 떠안고 있으며, 선내 잔존 원유를 회수해 매각하는 방식으로 일부를 충당하려는 실정입니다.

반면 이란은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란 외무부는 수십 년간의 해양 오염에 대해 에너지 소비국과 군사작전 주체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선박 추적업체들은 이번 유출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난 8월 초 이란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외국 벌크선을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이란이 원유 유출 책임을 외부에 돌리는 사이, 미국과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다툼은 계속되며 하루 통항량은 전쟁 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풀리지 않는 정치적 고리

사실 이번 사고는 중동 지역의 복잡한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발생한 환경 재난의 단면입니다.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제재 회피용 선박이 예멘 인근 공격을 받고 표류한 끝에 좌초했으며, 전쟁과 제재, 그리고 외교적 대립이 얽혀 제대로 된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림자 선단의 위험한 운항 관행과 지역 내 군사적 긴장이 해양 생태계에 누적된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오염은 국경을 넘나들며 확산되고 있지만, 책임 소재는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각국이 보상과 통제권을 놓고 대립하는 동안 바다는 점점 더 검게 물들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중동 해양 환경에 남긴 흉터는 단기간에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