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이 운집한 마지막 행렬
2026년 7월,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이 전례 없는 규모로 치러졌습니다.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고인을 보내기 위해 테헤란 도심에는 검은 옷을 입은 수백만 명의 인파가 몰렸는데요. 일부 이란 언론은 테헤란 추모 행사에만 1,1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장례 행렬이 지나가는 내내 현장에서는 격앙된 구호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참가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한 분노를 표출했으며,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에 돌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암살에 2,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은 플래카드가 등장할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었습니다. 4일부터 6일까지 테헤란 대중교통 이용객은 역대 최다인 2,300만 명을 넘어서며 장례 기간의 엄청난 인파를 방증했습니다.
정치적 쇼인가, 순수한 애도인가
거대한 추모 물결 속에서도 이번 장례식이 정교하게 기획된 정치 행사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BBC 등 서방 언론은 현 이란 지도부가 정당성을 확보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며 동맹국과 적국에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장례를 활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실 이런 시각과 달리 이란 당국은 순수한 종례 의식과 국민적 슬픔의 표현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장례식에는 헤즈볼라와 하마스, 후티 반군 등 이란의 동맹 무장정파 대표단이 총출동했으며 러시아와 카타르, 오만 등 다국적 조문단도 참석했습니다. 이란은 조문단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코란 구절을 낭독하며 미묘한 외교적 신호를 보냈는데요. 한편에서는 미국과의 협상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불발되면 에너지 시설 무력화 등 강력한 군사 행동을 예고했고, 이란 의회 의장 모하마드 갈리바프는 살해범들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습니다.
보이지 않는 후계자와 불확실한 미래
장례 기간 내내 가장 눈에 띈 건 오히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지난 3월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공습 당시 입은 안면 및 다리 부상과 이스라엘의 암살 위협으로 단 한 번도 공개 석상에 서지 못했는데요. 그럼에도 그는 장례 절차 중 대법원장을 재임명하는 등 핵심 인사권을 행사하며 체제 안정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란 협상대표 역시 하메네이 암살자들이 결국 처벌받을 것이라고 밝혔고, 의회 의장은 복수의 최종 단계가 예루살렘 해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강경 기조 속에서도 미국과 이란은 장례가 끝나면 후속 평화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하메네이의 유해는 고향인 마슈하드 이맘 레자 영묘에 안장되며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었지만,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