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엔화 방어, 미국이 직접 나섰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메모가 화제입니다. 캠프 데이비드 각료회의 중 카메라에 포착된 이 메모에는 '할 일'이라는 문구 아래 '일본 엔화 50억~100억 달러 매수'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었는데요. 이는 미국이 직접 엔화를 사들이며 외환시장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였습니다.
사실 미국이 엔화 가치 상승을 위해 시장에 개입한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입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도 G7 공조 개입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엔화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매도 개입이었죠. 이번에는 반대로 엔화가 너무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매수 개입이라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엔화 가치는 달러당 164엔까지 밀리며 1986년 이후 40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었는데요. 미국의 개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율은 급격히 하락해 157엔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약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엔화 가치를 회복한 겁니다.
일본은 60조원 투입, 한국도 동시 개입 정황
미국만 나선 것은 아닙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 역시 이틀 연속 외환시장에 개입하며 엔화를 적극 방어했는데요. 일본은행 당좌예금 잔액 추이를 보면, 이번에 투입된 자금은 약 6조7조 엔, 우리 돈으로 55조6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한국도 함께 움직인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30일 1418원까지 급락하며 약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문지성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은 미국 및 일본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른바 '한미일 외환 공조' 체계가 작동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재무부를 대신해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입하는 실질적 거래를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통해 집행했습니다.
물론 이번 개입이 지속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지난 4월과 5월에도 일본 정부는 총 11조 7천억 엔을 투입했지만 엔저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거든요.
단기적 반등을 넘어 근본적 과제는 여전합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오사무 다카시마 도쿄 씨티그룹 외환전략가는 미국의 강력한 지원 의사가 확인된 만큼 근시일 내에 다시 164엔대까지 약세가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대로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현재의 엔화 약세는 미국과 일본의 큰 금리 격차가 주요 원인인데요.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의 완화적 기조가 엔화 매도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죠. 미즈호증권 야마모토 마사후미 수석 외환 전략가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적극적 재정 정책 기조가 엔저 압력의 원인인 만큼, 개입 효과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엔화의 안정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미·일 금리 격차가 점진적으로 해소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일본은행이 물가 상승 압력을 경고하며 9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엔화 자산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은 환차익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자산배분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