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연구소에서 불거진 의문의 사망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의 항페스트연구소에서 20대 여성 연구원이 숨진 사건이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28세 연구원 다리야 시필로바는 지난 9월 25일 살아 있는 페스트 병원체가 담긴 시험관을 깨뜨린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후 증상이 악화돼 9월 29일 병원에 입원했고, 10월 2일 중환자실에서 사망했습니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사망 원인을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규정하고, 검체에서 업무와 관련된 미생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험실 사고와 사망 시점이 맞물리면서 페스트균 노출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WHO의 정보 공개 요구
사건이 알려지자 미국과 세계보건기구가 즉각 반응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에 데마르슈로 불리는 공식 외교 서한을 보내 추가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는데요.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제 보건 의무 위반이라는 경고도 담겼습니다.
WHO 사무총장도 중증 폐렴의 원인과 또 다른 직원의 폐렴 발생설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국제보건규칙에 따라 완전하고 시기적절한 정보 공유가 필수라는 입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곧 통화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4단계 여행경보를 유지하며 자국민에게 즉시 출국을 권고했습니다.
낮은 위험도, 그러나 남은 의혹
현재까지 국제 보건기구들의 평가는 신중합니다. WHO는 접촉자 중 추가 유증상자가 없고 유럽으로의 확산 위험도 매우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접촉자 200명을 격리하고 관찰했으며, 이들 중 페스트균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반대로 의혹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연구소가 과거 군사용 생물무기 연구를 해온 이력이 있고, 소련 시절 탄저병 유행이 은폐됐던 전례가 있어서입니다. 몽골과 카자흐스탄 등 인접국은 국경 검역을 강화했고, EU도 8일 보건안보위원회 회의에서 이 사안을 다루기로 했습니다. 낮은 위험도 평가에도 국제사회가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