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첫 두 도시 동시 점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7일 새벽(한국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화려한 개회식과 함께 막을 올렸습니다. 이번 대회는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두 도시에서 동시에 성화가 점화되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주목받았는데요. ‘이탈리아의 조화: 판타지아’를 주제로 한 개회식은 도시(밀라노)와 산(코르티나담페초)이 하나 되는 의미를 상징하며, 이탈리아의 역사, 예술, 음악, 패션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공연으로 채워졌습니다. 성화는 밀라노의 ‘평화의 아치’와 코르티나담페초의 ‘디보나 광장’에 각각 설치된 화로에 동시에 타오르며, 분산 개최라는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죠.
개회식은 16세기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의 작품을 재현한 순백의 무대에서 시작됐습니다. 신화 속 큐피드와 프시케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군무가 이어졌고, 이탈리아 오페라 거장 베르디, 푸치니, 로시니의 명곡들이 연주되며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세계적인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의 열창과 고(故)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기리는 패션쇼도 관객들의 큰 환호를 받았죠. 선수단 입장은 그리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어 알파벳 순으로 진행됐고, 한국 선수단은 피겨스케이팅의 차준환과 스피드스케이팅의 박지우를 공동 기수로 내세워 92개 참가국 중 22번째로 입장했습니다.
한국 대표팀의 목표와 일정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은 총 71명으로 구성됐습니다. 목표는 금메달 3개 이상 획득과 종합 순위 톱10 재진입인데요. 개회식에는 밀라노에서 차준환, 박지우 선수를 포함한 15명이 입장했고, 코르티나담페초, 리비뇨, 프레다초 등 다른 개최지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동시에 개회식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조화’의 주제에 함께했습니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6개 종목(컬링,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스키, 스노보드)에 선수를 보내며, 쇼트트랙의 최민정 선수가 여자 1500m와 계주에서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등 주목받는 경기가 많습니다.
본격적인 경기는 이미 개회식 전날인 6일부터 컬링 혼성 더블 예선과 피겨스케이팅 일정이 시작된 상태입니다. 차준환 선수는 8일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첫 출전하며, 쇼트트랙은 10일부터 21일까지, 스피드스케이팅은 10일부터 22일까지 메달 레이스가 펼쳐질 예정이죠. 한국과 이탈리아의 시차는 8시간이어서, 주요 경기들은 한국 시간 기준으로 저녁부터 새벽 사이에 중계될 것으로 보입니다.
평화의 축제 속 정치적 파장
화합을 상징하는 올림픽 무대지만, 정치적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개회식에서 미국 선수단 입장 당시, 관중석에 마련된 특별석에 앉아 있던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모습이 전광판에 비추이자 관중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이는 최근 미국 정부가 이번 올림픽의 안보를 지원하기 위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현지의 반발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 내에서 ICE 요원의 이민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도 유럽 내에서 미국의 정책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 듯합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뜨거운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커스티 코번트리 위원장은 개회식이 서로 존중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지만, 스포츠 이상의 세계적 현안이 올림픽 무대에 함께한 순간이었죠. 한편, 성화 봉송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과 환경 파괴를 반대하는 시위대의 시위로 일정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이 8개 종목, 16개 세부 종목에서 116개의 금메달을 놓고 17일간의 열전을 펼치는 동안, 순수한 스포츠 정신과 세계의 정치·사회적 현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