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는 있었지만, 사건은 닫혔다
지난해 10월 대전에서 40대 여성 B씨는 전 연인 A씨의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 연락을 112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접근·연락 금지 등 긴급응급조치 1·2호를 내리고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는데요.
3주 뒤 B씨는 A씨와 화해하겠다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스마트워치도 반납했습니다. 경찰은 연락이 이어져도 지속적·반복적 스토킹으로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불송치로 종결했습니다. 12월 27일 두 사람이 다투는 과정에서 다시 112 신고가 접수됐지만, 사소한 말다툼으로 판단해 종결됐습니다.
문제는 두 차례 신고 이후에도 피해자가 같은 가해자와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경찰은 이후 스토킹 신고가 없었다며 이번 사건을 ‘스토킹 살인’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10개월 뒤 벌어진 비극
지난 24일 오후 대전 중구의 한 주택에서 B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경찰은 A씨를 용의자로 추적했습니다. A씨는 범행 직후 휴대전화 유심을 빼고 택시를 여러 차례 갈아타며 인천과 강원도로 이동했습니다. 해외 출국은 출국정지 조치로 무산됐습니다.
경찰은 약 19시간 만인 25일 오전 강릉의 한 호텔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A씨는 ‘잘못했다. 죽고 싶다’며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경찰은 부검을 의뢰하고 범행 동기와 계획성을 살핀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반복되는 관계성 범죄, 남은 과제
비슷한 사건도 잇따랐습니다. 전북 전주와 충남 아산에서는 여성 2명이, 제주에서도 60대 남성이 옛 연인을 살해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초안전사회 범정부 대응회의’에서 관계성 범죄 피해자 보호를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과 교제폭력을 강력범죄의 전조로 보고 위험 이력 관리와 단계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교제 살인 판결문 201건 분석에서는 피해자의 89.9%가 여성이었고, 강압적 통제와 폭력이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고 이후 보호 조치를 어떻게 이어갈지가 다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