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1인당 GDP는 3만 6107달러로 전년보다 0.3% 줄어들었다. 이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같은 해 대만의 1인당 GDP는 3만 8748달러로 22년 만에 한국을 추월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고환율이라는 이중고에 빠져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3년 만의 역주행
통계청과 재정경제부 등 관계 당국의 잠정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1.0%에 그쳤다. 2020년(-0.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 기준 경상GDP는 3.8% 증가했지만, 달러로 환산할 때는 고환율의 영향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22.16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달러로 환산한 GDP는 1조 8662억 달러로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인구 증가까지 감안하면 1인당 GDP는 더욱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016년 3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10년 가까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3만 7503달러까지 올랐다가 팬데믹과 세계 경제 불확실성으로 2022년 3만 4810달러로 떨어졌고, 2024년 3만 6200달러 수준을 회복했으나 지난해 다시 내려앉았다. 3만 달러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고환율과 저성장의 이중고
1인당 GDP 감소의 직접적 원인은 두 가지다. 먼저 경제 성장 자체가 부진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실질 성장률 1.0%는 주요 20개국(G20) 평균(2.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내수와 수출이 부진했고, 특히 제조업 생산이 둔화된 영향이 컸다. 더 큰 타격은 환율에서 왔다.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달러 기준 GDP가 크게 축소됐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평균 1422원을 기록, 전년보다 7.4% 올랐다. 이는 달러로 환산한 GDP를 7% 가까이 깎아먹는 효과를 냈다.
실제로 원화 기준 경상GDP는 2654조 180억 원으로 전년보다 3.8% 증가했지만, 달러로 환산하면 0.5% 감소한 셈이다. 고환율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국가의 경제 규모를 평가할 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한국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고환율이 물가 상승을 부추겨 가계 부담을 키우는 역효과도 낳고 있다.
대만에 추월당한 한국 경제
한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한 대만은 반도체 산업의 호황을 타고 1인당 GDP가 4년 연속 상승했다. 대만 정부는 2025년 1인당 GDP를 3만 8748달러로 잠정 집계했으며, IMF는 올해 4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이 2028년까지 4만 달러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과 대비된다. 대만의 추월은 22년 만에 처음이다. 2003년 한국이 대만을 앞선 이후 양국 간 격차는 줄곧 한국이 앞섰으나 이제 추세가 역전된 것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면서 대만에 추월당한 것이다.
과연 회복할 수 있을까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2.0%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경우 1인당 GDP가 5년 만에 3만 7천 달러대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이 지난해 수준(1422원)을 유지하면 3만 7932달러, 1400원으로 내려가면 3만 8532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만은 이미 올해 4만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라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노동시장 개선,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화여대 석병훈 교수는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1인당 GDP 감소는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니라 경제 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신호다. 3만 달러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