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흔든 연쇄 해킹
정부가 민간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172곳에 대한 긴급 보안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111개 기관이 관리하는 이 시설에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유무선 서비스와 주요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포함되는데요. 국가 안보와 경제·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전산망을 전방위로 살피겠다는 겁니다.
출발점은 금융권의 잇따른 침해 사고였습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BNK부산은행 등에서 동일한 공격자 흔적이 발견되며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핵심 시스템 전반의 보안 체계를 점검하고 허점을 즉시 보완하라고 지시하자 정부는 곧바로 움직였습니다. 사이버위기 경보는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됐고, 비상 대응 체계도 가동됐습니다.
반복된 구멍, 그리고 AI
이번 점검의 초점은 외부 인터넷에 직접 연결된 서버와 웹페이지, 이른바 '인터넷 접점 자산'입니다. 금융권 사고에서 관리가 소홀했던 외부 노출 자산이 침해 경로로 지목된 만큼 공격 표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입니다. 최근 공개된 PHP 기반 웹서버 취약점도 점검 항목에 올랐습니다. 인증 없이 원격에서 악성 명령을 실행할 수 있는 결함으로, 웹셸 설치나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업용 ERP·회계 솔루션을 제공하는 더존비즈온은 이달 16일과 21일 두 차례 침해 사고를 신고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중대한 사고'로 판단해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렸는데요. 고객사 재무·회계 정보까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습니다. 최근 공격에는 AI 도구가 동원돼 여러 은행을 한 번에 겨냥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보안은 비용이 아니라 핵심 경영
금융당국의 압박도 거세집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전 업권 협회장이 참여하는 간담회가 열려 AI 기반 보안 체계 고도화와 소비자 피해 보상 방안이 논의됩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8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보안 투자를 비용으로 인식해 인력과 자원을 충분히 투입하지 않는 행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정은 촘촘합니다. 이달 말까지 각 기관의 점검 동의서와 자체 점검표를 취합하고, 11월 중순 자체 점검을 거쳐 늦어도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경찰도 28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꾸려 침해 경로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점검이 일회성으로 끝날지, 상시 방어 체계로 자리 잡을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