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에 담긴 세 가지 사유
조국혁신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개하며 사법부 수장을 겨냥한 정면 공세에 나섰습니다. 신장식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 사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히 파기환송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렸다는 점이 첫 번째 사유로 꼽힙니다.
두 번째는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입니다. 대통령의 임명권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겁니다. 여기에 격려금 지급과 법인카드 사용 등 업무추진비 집행 의혹까지 더해졌습니다. 신 대표는 "800원 횡령보다 대법원장의 자금 사용이 더 중대하다"며 일반 공직자보다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권 내부에서 갈리는 온도차
문제는 민주당의 셈법이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김민석 대표는 원내 의견을 집중 수렴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탄핵 여론을 떠보는 모양새인데요. 이성윤 최고위원과 정청래 의원 등 강경파는 즉각 추진을 요구하는 반면, 충청권 한 의원은 "조 대법원장 탄핵은 망하는 지름길"이라며 정면으로 반대했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임기입니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가 내년 6월 초로 8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탄핵이 국회를 통과하면 직무가 즉시 정지돼 대법관 재제청 사태가 오히려 장기화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심리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헌재 문턱과 변수들
법조계는 헌재의 판단 기준을 주목합니다. 헌재는 그동안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여부를 엄격히 따져왔는데, 한상희 건국대 명예교수는 중대성 요건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임재성 변호사도 제청권 행사의 부적절성을 비판하면서도 현 단계에서 인용 가능성은 낮다고 봤습니다.
정치적 변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탄핵으로 대법원장 업무가 정지되면 윤석열 관련 재판까지 멈춰 석방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며 삼권분립 훼손을 경고했습니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 석방 여부가 향후 논의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촛불행동 등 시민단체가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탄핵보다 사법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같은 제도 개혁에 집중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