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에너지를 둘러싼 중동의 새 판세
2026년 7월 22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평화적 원자력 협력 협정인 이른바 '123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이는 사우디가 자체 원전 연료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한 것인데요. 단순한 에너지 협력을 넘어 중동 외교와 안보 지형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비전 2030'을 통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려 합니다. 특히 이란에 대한 전략적 억제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데요. 반면 미국은 원전 수출을 늘리고 사우디를 동맹 체계에 더욱 밀착시키려 합니다.
우라늄 농축 허용인가, 민간용 제한인가
그런데 이번 협정이 핵 확산 논란의 불씨를 키운 이유, 바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규정이 느슨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핵물질 농축은 없을 것이며 이란이나 UAE와 같은 비군사적 용도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협정문에 명시적인 금지 조항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강하게 압박해 온 미국이 사우디에는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길을 열어준다는 이중 잣대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사우디 원전 시장 진출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계산이 작용했다고 분석합니다.
이스라엘 수교가 빌미가 되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정치적 조건을 적극 환영했습니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해야만 협정이 최종 승인된다는 전제 말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중동 평화의 역사적 도약이라 평가하며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습니다.
다만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2023년 가자지구 전쟁 이후 사우디 내부의 반이스라엘 여론이 고조되었고,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립을 수교의 선결 조건으로 고수해왔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에서 미국의 기준이 어떻게 세워질지, 사우디 사례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는데요. 이번 협정이 중동의 핵 도미노를 촉발할지, 아니면 새로운 외교 질서의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