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비가 내리던 그날
테헤란의 하늘에서 검은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석유 저장고가 공격받으며 발생한 기름비였는데요, 현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한 한국인 유학생은 이 초현실적인 광경을 통해 전쟁이 먼 이야기가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당시 인터넷이 차단된 가운데 이웃을 통해 소식을 접해야 했고, 곧이어 도시를 떠나는 피난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전쟁 발발 직후 테헤란 시민들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대응했지만, 공습 소식이 전해지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90%가 넘는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면서, 한때 활발했던 반정부 시위의 물결도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었습니다.
이란 당국은 오랜 기간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왔고,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무기로 삼았습니다. 드론과 기뢰, 단거리 로켓을 이용한 게릴라 전술로 상선을 공격하고 국제 유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전략이었죠. 그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세계 경제에 충격을 가해 미국 내 반전 여론을 형성하고, 이스라엘의 전쟁 의지를 꺾으려는 것이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세계 경제의 목줄
미국은 이러한 도전에 맞서 해병대를 추가 파견하고, 핵심 군사 시설을 타격하는 등 강력한 군사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또한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5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하며 국제 공조 라인을 형성하려 했는데요, 하지만 좁은 해협 지형과 이란의 이동식 미사일 위협 앞에서 작전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으로도 이란 정권을 단번에 무너뜨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전쟁은 중동을 넘어 글로벌 정치와 경제에 파장을 던지고 있습니다. 유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국제 석유 비축분 방출 논의가 촉발되었고, 러시아산 원유 제재 완화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오히려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을 도울 수 있다는 역설적인 지적도 나옵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군사 전략과 전력을 관찰할 귀중한 기회를 얻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권 교체에서 국가 붕괴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란 국민들의 마음속에도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미국의 개입으로 이슬람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살 소식에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죠. 그러나 당국의 강경 진압은 가속화되었고, 지난 시위에서만 7천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될 정도로 유혈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전쟁이 길어지며 민간인과 군인 사망자가 수천 명에 이르고, 주택과 민간 시설이 파괴되자 국민들의 불만은 정권 자체보다 전쟁의 참화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권 교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고, 이스라엘도 공식적으로 정권 붕괴를 단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강경파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되면서, 정권의 통제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 유럽의 이란 전문가는 많은 이란인들이 이제 ‘정권 교체’가 아닌 ‘국가 붕괴’에 더 가까운 상황임을 깨달았다고 분석합니다.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테헤란의 한 주민이 토로한 것처럼, 국민들은 지치고 절망감에 빠져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