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탄 술잔과 3천 유로
우크라이나 지토미르주의 한 임대주택에서 27세 우크라이나 군인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러시아 정보기관의 충격적인 첩보 활동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경찰은 범행의 실행자로 17세 소녀를 특정했는데요. 이 소녀는 텔레그램으로 접촉한 러시아 요원의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합성 마약인 메타돈이 든 물질을 군인의 술에 몰래 섞어 제공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군인이 의식을 잊자 소녀는 그대로 현장을 떠났고, 이후 부검 결과 사인은 약물 중독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번 범행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미성년자를 포섭해 암살이라는 고위험 임무에 직접 투입한 명백한 사례입니다.
사실 이 소녀는 과거에도 마약 관련 범죄와 공공안전 침해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러시아 측은 범행 대가로 3천 유로, 우리 돈 약 465만 원을 약속하며 접근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저렴한 대가와 잔혹한 수법에 많은 이들이 경악하고 있습니다.
SNS가 만든 '일회용 요원'들
이번 사건은 러시아가 청소년을 어떻게 포섭하는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단면입니다. 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텔레그램, 틱톡, 온라인 게임 플랫폼 등을 활용해 미성년자들을 '일회용 요원'으로 모집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포섭된 청소년들은 정찰, 방화, 폭발물 설치, 암살 같은 위험한 임무에 소모품처럼 동원되고 있는데요. 범행 수법 역시 간단한 접근으로 시작해 친분을 쌓은 뒤 독극물이나 마약을 이용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통계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지난해 러시아에 협력한 혐의로 적발된 피의자 중 무려 21%가 미성년자였고, 가장 어린 나이는 11세였습니다. 미성년자가 정보 공작의 핵심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전쟁의 또 다른 비극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서부 우즈호로드에서도 26세 여성이 러시아의 지시로 군인을 독살한 혐의로 체포된 사례가 있어, 이런 방식의 암살 공작이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국제사회의 경고와 남은 과제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점령지 아동에 대한 강제 이송과 사상 교육, 그리고 정보 공작 동원까지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이런 비판에 유럽연합(EU)은 아동 강제 이송 및 러시아화 정책에 관여한 러시아 인사와 기관들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며 대응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은 적지 않습니다. 텔레그램이나 틱톡 같은 플랫폼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만큼, 미성년자 포섭을 사전에 차단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범죄 전력이 있는 청소년을 노리는 러시아 요원들의 전술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고, 임무가 끝난 뒤 이들이 일회용 도구처럼 버려지는 피해는 고스란히 미성년자와 그 가족에게 전달됩니다. 전장의 선을 넘어 민간인과 아동까지 끌어들이는 이러한 정보전의 확대는 앞으로 국제사회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