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의 핵 통제 진공… 뉴스타트 만료 후 미·러·中 삼각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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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달 전 수정 · 2026년 2월 6일 오전 4:47

발행: 2026년 2월 4일 오후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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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핵 군축 조약인 '뉴스타트'가 2월 5일 공식 만료되며, 54년 만에 강대국 간 핵무기 통제 장치가 모두 사라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을 포함한 새로운 협정을 요구하며 연장을 거부했고, 중국은 핵전력 격차를 이유로 협상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한 군비 경쟁 공백이 동북아를 포함한 글로벌 안보 불안정을 초래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지막 댐이 무너진 날

2026년 2월 5일,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핵 군축 조약인 ‘뉴스타트(New START)’가 공식적으로 효력을 잃었습니다. 1972년 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 조약, 2019년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 이어, 강대국 간 핵무기 숫자를 제한하고 상호 검증했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시스템이 무너진 겁니다. 이는 반세기 넘게 유지되어 온 국제 핵 군축 체제의 실질적인 붕괴를 의미하는 사건입니다. 유엔의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핵무기 사용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에 구속력 있는 제한이 사라졌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죠.

조약이 만료되자마자 양국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비공식 협상을 재개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특사와 사위가 러시아 측과 만나 조약 준수 연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러시아 측도 “건설적인 반응이 있다면 대화할 의사가 있다”며 문을 열어둔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준수’ 논의일 뿐, 새로운 조약 체결이나 군축을 논의하는 단계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중국을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

뉴스타트 협정이 연장되지 않은 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습니다. 그는 뉴스타트가 “미국에게 불리하게 협상되었다”고 비판하며, 연장 대신 중국을 포함한 새로운 다자간 군축 틀을 주장해왔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통해 “중국을 제외하고는 진정한 군비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만을 상대한 기존 조약으로는 급속히 핵전력을 증강하는 중국을 견제할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겁니다.

문제는 중국이 단호하게 협상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미·러와 중국의 핵전력 수준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다르다”며, 자국의 핵은 자위적 방어 목적일 뿐이라고 반박합니다. 미국 국방부 추산으로 중국은 2035년까지 핵탄두를 1500기까지 늘릴 계획인데, 이런 상황에서 제동을 걸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주장이죠. 미·중 간의 이 같은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새로운 군축 체제 마련의 최대 난관으로 꼽힙니다.

불안정성은 이미 전 세계로 확산 중

뉴스타트의 공백 상태는 단순한 미·러 양자 문제를 넘어 전 세계적인 안보 불안정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은 동북아시아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핵 우위 의지와 중국의 증강, 러시아의 경계 속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북한으로서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협상 카드로 삼기 위해 핵 역량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거든요.

노벨평화상 수상 단체인 ICAN(핵무기폐지국제운동)은 이번 만료가 “군비 경쟁 가속화의 실질적인 위험”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독일, 일본 등에서 핵무장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50여 년간 유지되던 ‘규칙’이 사라진 지금, 세계는 예측할 수 없는 핵 경쟁의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러는 아부다비에서 협상 테이블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을 어떻게 포용할지, 북한 등 다른 국가들의 반응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해답은 아무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