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와 기소, 두 갈래로 갈라지다
국회가 검찰청 폐지에 따른 후속 법안 51개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이로써 오는 10월 2일부터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공소 제기와 유지는 공소청이 맡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전면 시행됩니다. 형사소송법과 공소청법, 중수청법 등 핵심 법안과 함께 법률 명칭 전반을 정비하는 작업도 이날 마무리됐는데요. 사면법 등 51개 법률은 부칙으로 정비하고, 별도 심사가 필요한 10개 법률은 개별 법안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중수청의 수사 범위 확대입니다. 기존 중대범죄에 더해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범죄, 스토킹, 장애인·노인 학대 등 이른바 7대 범죄에 대해 공소청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게 됐고, 국가 핵심기반시설 공격도 중대범죄에 포함됐습니다. 검사 징계 유형에 '파면'이 새로 추가되고 징계위원회 위원 임기가 3년에서 1년으로 단축된 점도 눈에 띕니다. 당초 폐지를 논의하던 보완수사권이 중수청 체계 안에서 사실상 부활한 모양새인데요. 기관 간 사건을 떠넘기는 핑퐁 수사와 장윤기 사건, 제주 실종 사건 같은 수사 공백이 반복되면서 실무적 필요성이 원칙을 누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여권 내부를 흔든 '피해자 보호' 논쟁
후속 입법 과정에서 범여권 내부의 균열이 적잖이 드러났습니다. 쟁점은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가 검사와 면담하며 녹화한 영상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것인가였는데요. 김용민·박은정 의원 등은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을 들어 증거 능력 배제를 주장했고, 김남희·이언주 의원은 경찰 수사 신뢰도 문제와 2차 피해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소위원회에서는 "회의가 장난이냐"는 고성이 오가는 등 회의 자체가 파행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절충안이 나왔습니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미성년 피해자 영상의 증거 활용 길을 열어두고, 사건 인지 단계부터 검경이 협력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리된 겁니다. 함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무조건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도 통과됐습니다.
남은 관문과 향후 쟁점
이날 본회의에서는 민생법안 70건도 여야 합의로 처리됐고,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도 표결에 부쳐졌습니다. 다만 형사사법 개편의 마지막 조각인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9월 30일 별도 처리 예정인데요. 국민의힘은 졸속 입법이라며 필리버스터로 맞서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여기에 음주 운전 전과를 둘러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논란까지 겹치면서, 새 체계 출범을 사흘 앞두고 국회의 정치적 긴장감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습니다. 조직은 갖춰졌지만, 실제 수사 현장에서 검경 협력이 원활하게 작동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