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공백 끝에 돌아온 한국계 대사
미셸 스틸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 7월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부임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1년 반 동안 비어 있던 주한 미국 대사직이 마침내 채워졌습니다. 한국계 여성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이 자리에 오른 스틸 대사는 부임 첫날부터 부모님이 다녔던 서울 영락교회를 찾았고, 다음 날에는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며 남다른 각별함을 드러냈습니다.
스틸 대사는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6·25 전쟁 당시 북한에서 피난 내려온 실향민 부모 밑에서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 모친이 세무 당국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을 계기로 공직에 뜻을 두었고, 이후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위원과 연방 하원의원을 거치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습니다. 이런 이력 덕분에 그녀는 한국 사정에 밝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도 두터운 신뢰를 쌓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직통 라인의 강점과 시험대
스틸 대사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백악관과의 직통 채널입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을 지낸 남편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탄탄한 인맥을 유지하고 있어, 산적한 한미 현안을 신속하게 조율할 수 있는 실세라는 기대가 큽니다. 특히 핵추진 잠수함 건조나 대미 투자, 전시작전권 전환 같은 복잡한 안보 현안에서 소통의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점은 한국 외교부도 반기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통상 분야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스틸 대사는 부임 직후 언론 기고를 통해 쿠팡 사태와 같은 불협화음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는 향후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게다가 그녀가 과거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에 반대하거나 중국의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한 이력이 있는 만큼, 현재의 한국 정부와는 이념적 간극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념적 간극을 넘어 상호 이익을 모색해야
부임 당시 인천공항에서는 일부 좌파 단체가 스틸 대사의 강경한 대북·대중 성향을 문제 삼아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칼럼에서는 이런 반대가 외교적 실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이재명 정권이 대사직을 장기 공석으로 둔 점을 외교적 무지라고 꼬집었습니다. 결국 외교는 이념이 아닌 국익의 문제이며, 본국 수뇌부와 긴밀한 관계를 가진 대사가 오히려 주재국의 협상력을 높여준다는 겁니다.
스틸 대사는 한미 동맹의 다음 장을 열겠다면서도, 양국 간의 차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녀가 제시한 해법은 솔직한 대화와 상호 이익을 위한 조율입니다. 570일간의 공백 뒤에 돌아온 이 한국계 대사가 정치적 색채를 넘어 한미 관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