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더위에 숨져가는 유럽
2026년 6월, 유럽은 한여름도 아닌 시점에 지옥 같은 더위에 휩싸였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최근 일주일 사이 유럽 전역에서 폭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가 1,3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프랑스에서는 단기간에 1,000명 이상이 숨지면서 장례식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파리의 대학병원 시신 안치소는 수용 한계를 넘어섰고, 냉장 시설 부족으로 위생 문제까지 속출하고 있습니다.
오메가 열돔이 몰고 온 기록적 폭염
이번 폭염의 주범은 북아프리카의 뜨거운 공기가 유럽 상공의 고기압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른바 오메가 열돔 현상입니다. 이 열돔이 서유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독일 브란덴부르크는 41.7도를 기록했고, 체코와 폴란드는 관측 이래 처음으로 40도를 넘어섰습니다. 슬로바키아는 40.5도로 역대 최고 기온을 새로 썼는데요. 헝가리는 2,000개가 넘는 폭염 대피소를 긴급 가동했고, 폴란드에서는 자전거 마라톤 참가자가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밤에도 기온이 20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계속된다는 점입니다. 몸이 회복할 틈 없이 낮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인명 피해는 가중되고 있습니다.
냉방 사각지대와 환경 신념의 딜레마
선진국인 유럽에서 이토록 큰 인명 피해가 나오는 데는 냉방 인프라의 사각지대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유럽의 에어컨 보급률은 평균 20% 수준에 불과한데요. 평소 덥지 않은 날씨 탓에 냉방 시설 투자가 늘 소홀했고,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에어컨이 건물 미관을 해치고 온난화를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설치를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산 이동식 에어컨이 급증하는 수요를 채우며 품귀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파리 17구청장은 관내 학교에 중국산 이동식 에어컨 50대를 직접 주문해 배달할 정도로 냉방 수요가 폭발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냉방 시설 확충을 두고 엇갈린 시각이 나오며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보건 비상계획을 최고 단계로 유지하고 있으며, 며칠 뒤 다시 폭염이 찾아올 수 있다는 예보도 나왔습니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극한 폭염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