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지뢰 폭발, 남북 공방으로 번지다
지난 9월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이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뢰가 폭발해 우리 장병 3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폭발 지점은 군사분계선(MDL) 남쪽 10여 미터 지점으로, 우리 군은 이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했습니다. 강현우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북한군의 지뢰"라고 명시하며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고,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정전협정 위반이 맞다"고 선언했습니다.
반대로 북한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이번 사고를 "서울의 자작광대극"이라며 부인했고, "우리 군인들은 국경선을 건넌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남북이 완전히 다른 진실을 내세우는 셈입니다.
왜 하필 동부전선 21사단인가
주목할 지점은 김여정이 보복 대상으로 지목한 부대입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서부전선 25사단 지역인데, 그는 동부전선 21사단을 콕 집어 "전술적 반격수단을 증강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여기에는 북한의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동부전선은 북한이 추진하는 이른바 국경선화 작업이 가장 활발한 지역입니다. 21사단이 위치한 강원 양구 일대는 원산으로 향하는 최단 경로로, 북한이 전략적 요충지로 판단해 온 곳입니다. 실제로 8월과 9월 두 달간 북한군의 MDL 침범은 50여 차례에 달했고, 대부분 이 지역에 집중됐습니다. 9월에는 사실상 매일 월선이 발생했다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국경선화와 흔들리는 경계선
문제는 남과 북, 그리고 유엔사가 같은 군사분계선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엔군사령부는 MDL 북쪽에서의 철책 설치와 지뢰 매설을 방어 목적으로 허용해 왔다며 이번 사고가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1953년 정전협정 당시 200~300미터 간격으로 세워진 말뚝 1,292개 가운데 현재 남은 것은 181개뿐입니다. 평균 간격이 2킬로미터를 넘으면서 실질적인 경계가 불분명해졌고, 우리 군은 GPS를, 북한은 러시아 위성항법을 쓰다 보니 같은 지점에서도 좌표가 엇갈립니다.
통일부는 "지난 몇 년간의 적대·대결 정책으로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높다"며 평화공존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동영 장관은 유럽 출장을 단축하고 귀국했고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여부도 논의되고 있지만, 지뢰지대를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경계선 자체가 흐릿해진 지금,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사이에서 정부의 선택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