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기준 한 달, 192곳이 벼랑 끝에
지난 7월 1일부터 상장유지 시가총액 하한선이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으로 올랐습니다. 이 강화된 기준이 적용된 지 한 달 만에 국내 상장사 2,578곳 중 192곳, 전체의 7.4%가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발표한 내용인데요, 특히 코스닥 시장의 타격이 컸습니다. 코스닥 상장사의 8.7%인 152곳이 기준을 밑돌아 유가증권 시장의 4.8%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비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기준 강화는 정부의 증시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은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시장 전체의 상당수가 한순간에 생존 위기에 몰렸고, 이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국내 증시 생태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신호입니다.
동전주와 자본잠식, 좁아지는 생존 문
시가총액 문제만이 아닙니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의 위험도 동시에 커지고 있습니다. 7월 평균 종가 기준 1,000원 미만 기업은 200곳에 달했고, 이 중 103곳은 최근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돌었습니다.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 유지 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개선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됩니다.
재무구조와 공시 이행 실태도 악화되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기업 12곳과 자본잠식률 50% 이상 기업 38곳이 확인되었으며, 7월부터는 반기 완전자본잠식도 실질심사 사유에 포함되었습니다. 누적 공시벌점 10점 이상인 기업도 16곳으로 실질심사 대상에 오를 위험이 큽니다. 일부 기업은 유상증자나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가를 방어하려 하고 있지만, 주가 부양만으로는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중평입니다.
연쇄 퇴출 앞두고 남은 숙제
더 큰 위기는 2027년에 시작될 전망입니다. 시가총액 하한선이 코스피 500억원, 코스닥 300억원으로 추가로 상향되기 때문입니다. 이 기준을 7월 평균 시총에 대입하면 전체의 18.6%인 479곳이 퇴출 사정권에 들어오며, 최근 30거래일 연속 기준을 적용해도 14.3%인 368곳이 관리종목 지정 위험에 빠집니다.
부실기업을 정리해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려는 제도적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단기간에 상장폐지 대상이 급증할 경우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정리매매 이후 장외거래만 가능해지므로,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실질적인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부실 정리와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금융당국이 풀어야 할 진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