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돌아온 경고음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심상치 않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원화대출 연체율은 0.69%로, 전월 0.63%보다 0.06%포인트, 1년 전 0.61%보다 0.08%포인트 올랐는데요. 2016년 10월 0.81% 이후 9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연체율을 끌어올린 건 기업 대출입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86%로 한 달 새 0.08%포인트 상승했고, 대기업은 0.39%로 1년 전 0.15%의 두 배를 훌쩍 넘었습니다. 7월 중앙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과 회생절차 신청으로 부실채권이 한꺼번에 편입된 영향이 컸습니다.
숫자 뒤에 숨은 자영업자
더 뼈아픈 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입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00%, 중소법인은 1.10%, 개인사업자는 0.86%로 각각 올랐습니다.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13년 3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가계 쪽도 가볍지 않습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45%로 소폭 상승에 그쳤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뺀 신용대출 등은 0.91%까지 치솟아 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대출 총량 규제로 대환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신용대출로 주식에 나섰던 차주들이 상환 한계에 몰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현장의 온도는 더 차갑습니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8월 한 달 동안 한식 음식점 6547곳, 부동산중개업 3562곳, 옷가게 3292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늘고 1인당 국민총소득이 4만 달러에 육박한다는 소식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금리 인상 앞두고 커지는 부담
금융당국의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코로나19 이전 10년 장기평균이 0.78%인 만큼 아직 관리 가능한 범위라는 겁니다. 실제로 신규 연체율은 0.12%로 전월과 같았고, 신규 연체액도 3조원으로 2000억원 줄었습니다.
다만 방향은 불안합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지만 11월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9%까지 오르며 대출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소금융권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이 32.20%까지 치솟은 점도 부담 요인입니다.
금감원은 손실흡수능력 확충과 부실채권 상·매각, 채무조정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금리가 한 번 더 오르면 연체율과 폐업률이 함께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