돕는 척하며 지갑을 슬쩍한 '부축빼기'
지난 6월 27일 새벽, 대전 서구의 한 골목길에서 30대 남성이 술에 취해 쓰러진 20대 행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는 쓰러진 남성을 일으켜 세우고 물까지 건네며 상태를 살피는 등 인류애 넘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이는 소지품을 훔치기 위한 치밀한 위장이었습니다. 남성은 부축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옷 속에 있던 해외 유명 브랜드 지갑과 17만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몰래 빼내 달아났습니다.
당연히 피해자는 다음 날 정신을 차리고 지갑 분실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분실인 줄만 알았는데, 이후 상황이 반전을 맞이합니다. 사실 이 남성은 오토바이 운전자였고, 범행 당시의 모습은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이른바 '부축빼기'라 불리는 수법으로, 도움의 위장 속에 절도를 감춘 것이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피해자가 직접 발견한 중고거래 매물
범행 다음 날인 6월 28일, 피해자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둘러보던 중 자신의 지갑과 상품권이 판매글로 올라온 것을 발견했습니다. 자신의 물건이 버젓이 거래되는 모습에 놀란 피해자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이게 범인 검거의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신고를 접수한 대전둔산경찰서는 판매자에게 접근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경찰은 일반 구매자로 위장해 연락을 취했고, 직거래를 약속하며 범인을 특정 장소로 불러냈습니다. 약속 시간이 되자 사복 차림의 경찰관들이 주변 도로를 차단하며 잠복했고, 피해자 지인은 물품 일치 여부를 현장에서 확인했습니다. 물건이 피해 물품임이 확인되는 순간 잠복해 있던 경찰관들이 동시에 포위망을 좁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긴급 체포했습니다. 수사 결과 이 남성은 이번 사건 외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여러 차례 절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불구속 송치되었습니다.
취객 노린 범죄, 어떻게 막을까
이번 사건은 범인의 대담함 못지않게 피해자의 신속한 대응과 경찰의 기민한 함정 수사가 돋보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만취 상태에서 벌어지는 절도는 피해자의 기억이 흐릿하고 정황 파악이 늦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여름철 야간 술자리가 늘면서 길가에 쓰러지는 취객도 적지 않은데요.
물론 경찰은 CCTV 확인과 순찰 강화를 통해 예방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취객을 돌보는 주변의 환경에서 시작됩니다. 혼자 귀가하기 어려운 만큼 동행자와 함께 귀가하거나, 택시를 이용하는 등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취객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피해자의 기억이 흐릿해 수사가 어렵기 때문에, 개인의 안전 의식과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이 더없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