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의 배경
2026년 5월 한국의 경상수지가 386억 1천만 달러(약 58조 6천억 원) 흑자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2023년 5월 이후 37개월 연속 흑자 행진도 이어갔고, 1~5월 누적 흑자액은 1,412억 8천만 달러에 달해 이미 지난해 연간 흑자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 흑자는 전적으로 반도체 수출이 떠받친 결과입니다. 5월 반도체 수출액은 371억 6천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7.7% 급증했고, 컴퓨터 주변기기 수출도 249.4% 폭증하며 상품수지 흑자 378억 6천만 달러(역대 1위)를 이끌었습니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이 가장 큰 변수였습니다.
시장은 왜 반응하지 않았나
그런데 사상 최대 흑자 소식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급락했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5%대 하락했고, 코스닥은 10개월 만에 800선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여러 요인을 나란히 거론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까지 고조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AI 투자를 주도하는 빅테크의 채권 발행 증가로 자금 펀딩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차익실현 매도로 5월에만 310억 5천만 달러를 순매도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한국인은 해외 주식을 76억 달러 순매수하며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럼에도 전체 증권투자 순자산은 308억 9천만 달러 증가해 역대 2위의 증가 폭을 보였습니다.
쏠림과 환율…남아 있는 과제
한국은행은 6월 수출이 1,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며, 6월 경상수지 흑자가 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경우 연간 흑자는 기존 전망치 2,500억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큽니다. IMF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6%로 0.7%포인트 상향하며 주요 30개국 중 가장 큰 폭의 상향을 단행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쏠림 현상에 대한 경고등도 동시에 켜졌습니다. 5월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은 7%대 감소했고, 기계류·정밀기기·가전제품도 부진했습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사이클이 꺾일 경우 제조업 전반의 부진과 고환율 리스크가 동시에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경상수지의 질적 개선을 위해선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는 산업 다각화가 다음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