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일 만에 찾아간 부산 금정의 사과
2026년 9월 2일 오전 7시, 부산 금정구 도로변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천하람 개혁신당 권한대행이 차량 행렬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습니다. 손에는 '잘못된 부산시장 공천, 부산시민께 깊이 사죄드립니다'라고 적힌 팻말이 들려 있었는데요. 이 장소는 지난 6월 17일, 정이한 전 부산시장 후보의 '피습 자작극' 혐의가 세상에 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정이한 전 후보의 혐의가 밝혀진 지 무려 77일이 지나서야 나온 대응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할 수밖에 없습니다.
천 권한대행은 당이 선거 참패의 충격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국민에게 납득할 만한 성찰과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반성했습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예의를 차려 사죄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부산을 직접 찾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검증 부재가 낳은 선거 참패의 그림자
이번 사태의 발단은 6.3 지방선거 공천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개혁신당은 정이한 후보를 부산시장 후보로 공천했으나, 이후 자작극 혐의가 드러나면서 당의 이미지와 신뢰를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천 권한대행은 공천 당시 충분한 검증을 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후회와 자책의 뜻을 밝혔습니다. 공천 과정에서의 검증 부재가 결국 선거 참패와 당의 위기로 이어졌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당 차원에서 사건 조사 TF를 꾸렸지만, 내부 조사만으로는 전모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게 천 권한대행의 설명입니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사실관계를 정리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만 당이 입은 피해를 청구할 경우 국민들이 이를 '피해자 코스프레'로 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내비쳤습니다.
리더십 공백 속 당의 미래는?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8월 26일, 지방선거 패배와 정이한 사태 책임, 그리고 내부 이견을 이유로 사퇴했습니다. 개혁신당은 대형 양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단호히 선을 긋고 있지만, 리더십 부재라는 공백은 당분간 내부 진통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당장의 정치적 셈법보다 근본적인 공천 시스템의 허술함을 짚어내는 것이 개혁신당의 숙명과제로 보입니다.
천 권한대행의 이번 사과가 진정성 있는 반성의 시작이 될지, 아니면 일시적인 위기 모면에 그칠지는 향후 당의 개혁 조치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부산 시민들이 원하는 건 고개 숙임 그 이상의 변화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