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세계, 자유주의는 어디로
2026 경향포럼이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포럼은 자유주의 질서의 미래를 묻는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되었는데요. '자유주의 질서는 끝났는가'와 '위력의 시대, 힘의 세계에서 공존의 길을 묻다'라는 질문은 국제 사회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다시 힘의 논리를 앞세우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유주의라는 담론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움직임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지난 수년간 보호무역과 지정학 경쟁은 심화되었고, 국경을 중시하는 민족주의적 정책들도 여러 국가에서 등장했죠. 한때 지구화가 모든 문제의 해답처럼 여겨졌던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입니다. 이제는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규범보다는 이익을, 협상보다는 압박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위력의 시대와 공존의 조건
포럼 제목에 등장하는 위력이라는 단어는 현재 국제 질서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단순히 군사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와 기술, 문화까지 포괄하는 국가적 역량의 총합이 국제 관계를 좌우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약소국은 대국 사이에서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하고, 중견국들도 외교적 자율성을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유주의 질서가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닙니다. 다자주의 기구와 규범은 여전히 분쟁 완화와 경제 협력의 중요한 틀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제도들이 가진 권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입니다. 규칙을 지키는 것보다 규칙을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무시하는 행위가 공공연해지면서, 국제 사회의 신뢰 자산이 빠르게 깎여 나가고 있는 겁니다.
새로운 국제 질서를 향한 질문
이번 포럼이 던진 가장 큰 화두는 비판에 그치지 않고 공존의 길을 모색하자는 점입니다. 자유주의가 가진 보편적 가치를 완전히 폐기할 수도 없고, 힘의 논리만으로 세상을 운영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현실은 두 극단 사이 어딘가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고 있죠.
앞으로 국제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지 아무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한 국가나 이념이 독단적으로 질서를 주도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점입니다. 다극화 속에서 서로 다른 체제와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이 충돌을 최소화하며 협력할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해졌습니다. 2026 경향포럼이 제시한 질문은 당분간 국제 관계 학계와 외교 현장에서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입니다.